노조 "열 발산 폭발 유도" 주장…원청 "가설일 뿐" 반박
해경 수사본부 정밀분석·밀폐공간 '작업절차 준수'주목
조선소에서 도장작업 중 폭발사고는 사실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고다.
실제 지난 2008년 8월 통영 안정국가산업단지 내 성동조선해양에서 7만 5000톤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의 선체 앞쪽 탱크 내부 도장작업 중 폭발사고로 4명이 숨졌다. 2010년 1월에도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LNG선 건조장 탱크 안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폭발사고로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성동조선 사고 원인을 비방폭등 사용으로 말미암은 전기 스파크, 대우조선 사고 원인을 전기 스파크로 추정했다. 당시 '후진국형 산업재해'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고가 7~9년 지났는데도 또 터진 것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본부는 STX조선해양 폭발사고에 대해 유기용제 인화성 가스와 전기 스파크가 만나 폭발사고가 난 '전기적 요인'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본부는 지난 21일 현장감식 때 탱크 내에 설치된 방폭등 4개 가운데 1개가 깨진 것을 확인해 국과수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사고 원인으로 방폭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 사용한 방폭등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속노조는 22일 STX조선 폭발사고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폭발 우려가 있는 방폭등 사용 문제를 꼽았다. 특히 현장감식에 참여한 대우조선노동조합 노동안전 관계자가 방폭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에서 사용한 방폭등은 방폭등이지만, 폭발을 유도하는 열을 낸다. 이 탓에 대우조선에서는 2008년부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방폭등은 2시간 이상 사용하면 자체 온도가 50도, 최고 80도까지 오른다. 감식현장에서 장갑을 끼고 방폭등을 만졌는데도 뜨거운 열이 느껴질 정도였다"며 "방폭등으로 인정받은 제품이지만, 폭발요인을 안고 있는 제품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STX조선해양 측은 안전한 방폭등을 사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STX조선 관계자는 "만약 필라멘트에서 온도가 올라간다면 발화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폭등은 기본 '이중'으로 유리로 싸여 있다"며 "과연 첫 번째 유리에서 다음 유리까지 옮겨진 온도가 폭발할 수 있을 것인가는 가설일 뿐이다. 현재 다른 조선소에서도 비슷한 방폭등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부분은 국과수에서 밝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소에서 탱크 내부 도장작업은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언제나 폭발과 질식, 실족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작업절차가 까다롭다. 작업에 앞서 안전관리자가 산소농도 측정기로 산소, 가연성 가스,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등을 측정한다. 기준치 안에 들어오면 작업허가서가 발급된다.
도장작업은 분무기건(스프레이건)으로 페인트를 뿌리는 사람과 줄을 잡아주는 사람 등 2인 1조로 한다. 도장 스프레이 작업을 할 때 보호구와 정전기 방지용 보호복 착용과 정전기 접지는 필수다.
특히 분무기건으로 페인트를 분사하면 유증기(날리는 페인트 먼지)가 탱크 안에 꽉 차게 된다. 때문에 공기 순환은 필수다. 배기 팬과 흡기 팬을 가동한다. 도장작업을 할 때는 주로 공기를 빨아내는 배기 팬을 사용하는데, 흡기 팬을 사용하면 페인트가 흩뿌려지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작업공간에서 폭발사고가 났다는 것은 내부에 배기가 잘 안돼 유기용제 인화성 가스가 차 있었고, 불꽃이 튀었다는 것이다. 사고현장 방폭등 문제를 지적한 노동안전 관계자는 "도장작업은 상시로 사고를 안고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얼마나 예측을 하고 대비하느냐가 사고를 예방하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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