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두고 시민단체와 다수 국민들은 긍정적인 조치라고 환영하는 반면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는 6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정부여당의 언론 길들이기라고 하며 언론사 세무조사를 반대했다.

한편 7일 공정거래위원회도 10개 중앙일간지와 3개 방송국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 들어갔다.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조사는 언론개혁의 정확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언론기관은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역할을 하는, 공공성이 큰 조직이다. 교육기관과 병원 등과 마찬가지이다. 일반 제조업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오늘 대부분의 언론사, 특히 신문사들은 족벌언론이나 재벌언론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사회적 공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경제권력과 함께 권력기관이 되어 있다.

언론사 수익구조도 광고와 지대 비율이 8대 2로 광고 의존율이 높아 광고에 따른 자본에 대한 종속이 심해졌다. 살인까지 부르는 시장확대 경쟁도 광고 확보를 위한 것이다.

치열한 시장경쟁의 결과 전국적으로 3대 일간지가 시장의 70%를 장악하게 되었고, 여론 독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결국 언론사는 권력기관, 사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영리기관이 된 것이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의 언론사들은 사회적 공기이기를 포기하고 권력기관, 영리기관이 되고 말았는가. 언론사가 사주 개인의 전제적 지배 하에 있기 때문이다.

사주가 언론사의 절대적 지분을 소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편집의 독립권을 훼손하고, 신문보도 논조와 언론사 경영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권력이 개인에게 장악되어 있을 때 국민들은 불행하다. 박정희 군사독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희생시켰는가.

경제권력이 총수에게 장악되어 있는 재벌체제 하에서 정태수·김석원·김우중과 같은 재벌총수들의 무모한 폭주로 인해 국민들은 1997년 외환위기 때의 엄청난 희생을 떠안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언론기관이 사주의 독점적 지배하에 있을 때 언론사는 사주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여론을 오도하게 된다. 국민들이 우리 사회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비판의식을 가지는 것을 방해하여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개혁을 저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언론사 소유지배구조→행태→결과라는 인과관계를 놓고 볼 때 언론사의 권력기관화와 사주의 영리기관화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데 있어서 행태만을 문제삼는 세무조사와 불공거래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탈세·불공정경쟁·여론 왜곡 등의 행태에 대하여 세무조사나 공정거래법 엄격 적용 등을 동원하는 것은 투명경영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고 또 권력과의 타협으로 적당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언론개혁의 근본적 방법은 재벌이나 족벌이 언론기관을 독점적으로 소유·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언론기관은 언론사 노동자·다수 독자·공적 연기금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소유와 운영이 바람직하다.

중앙지로서 한겨레·경향신문의 사례, 지방일간지로서 제민일보나 경남도민일보의 사례는 독립언론의 긍정적 측면을 잘 보여준다.

경향신문은 한화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자 보도태도가 대단히 독립적으로 되었다. 경남도민일보는 도청이나 시에서 주는 계도지 구독대금을 자진 거부하여 결국 올해부터 전국 처음으로 경남지역에서 계도지 예산을 전액 삭감시키는 쾌거를 이루는 데 큰 몫을 했다.

동아일보 등은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특정가문이 소유하고 있지만 별 문제가 없지 않는가 하고 변명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은 언론을 둘러싼 환경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경제권력을 개인이 지배하지 않고, 언론기관 오너도 감히 편집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또 일부 재벌언론사나 족벌언론사는 언론사 소유지분 분산 주장을 좌익적인 것이라고 몰아세우는데 이것은 주식회사의 기본원리를 부정하는 태도로 무지스런 억지에 불과하다.

김대중정부가 최근의 언론기관 세무조사에 대해 야당측이 제기하는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벗어나고 진정으로 언론개혁의 의지를 보이고자 한다면, 정기간행물법을 개정하여 특정인의 언론사 소유지분을 방송사의 경우처럼 20~30%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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