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통영국제음악제 취재로 통영을 찾았다.

첫날 개막공연을 들뜬 마음으로 맞이했다. 문화체육부로 자리를 옮기고 처음 경험하는 대규모 클래식 공연이어서다.

슈테펀 숄테스 지휘 아래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축제의 서막을 올렸다. 이들과 윤이상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 첼리스트 니콜라스 알트슈태트 연주에 흠뻑 빠졌다. 소프라노 이명주, 알토 우르술라 헤세 폰 덴 슈타이넨, 테너 베른하르트 베르히톨트, 바리톤 다니엘 슈무츠하르트, 안산시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이 함께한 베토벤 '교향곡 9번 d단조 Op. 125'에는 완전히 압도당했다.

장엄한 규모의 무게에 공연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개막공연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아서였을까. 이튿날 이어진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 공연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려 했다. 확실히 바이올린과 첼로, 플루트, 오보에, 바순, 피아노, 퍼커션으로 이뤄진 이들 공연은 전날 규모와는 확연히 달랐다.

규모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 두 공연. 재밌는 사실은 뇌리에 오래 남은 공연이 후자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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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턱인 현재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의 웅장함은 뼈대만 남아 어렴풋하다. 반면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 공연은 악기 각각의 선율과, 공연장을 가득 채운 공기의 질감 등 세심한 부분까지 모조리 기억난다.

큰 규모의 공연 또한 나름의 매력이 가득하다. 하지만, 소규모의 공연만큼 정감있는 공연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창원국제실내악축제가 더없이 반가웠다. 아기자기한 공연 구성, 악기와 악기·연주자와 연주자의 애틋한 대화 등 소규모 공연의 매력을 경험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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