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아이콘 위해 국민 편가르기 악용
갈등 극복·지방자치 선언이 적폐 청산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취임하자 '홍준표 적폐청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중요한 건 홍 적폐가 도대체 뭐냐는 거다.

"청산" "청산" 해도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면 공염불이다. 진주의료원 폐원? 학교 무상급식 지원 축소? 홍을 지지한 이들에게는 잘한 일이요, 일종의 정책 결정이다. 홍을 비판한 이들에게 그 정도는 빙산의 일각이요, 극히 일부에 불과한 표면이다.

나는 그가 낳은 적폐의 근본이 무엇인지 며칠 전에 다시 확인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 추도식에서 그는 의자에 몸을 파묻고 보란 듯 잠을 청하는 시늉을 했다. 깊은 생각에 잠겼던 걸까? 정말 피곤해서 그랬을까?

그걸 보면서 나는 그가 도지사 재임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계산된 말, 계산된 행동만 해!" 야당 도의원을 "쓰레기"로, 반대 시민운동단체를 "도둑놈"으로 모는 것이 막말로, 막된 행동처럼 보여도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번 추도식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런 행태의 본질을 '극단적 보수아이콘'으로서 그의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본다. '네 편 내 편', 보수 대 진보, 좌와 우, 확실히 갈라서 내가 이쪽 대장 하면 되는 것이다.

대화? 타협? 설득? 그런 것 필요 없다. 나는 이쪽 대장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 되면 좋고, 안 돼도 보수 쪽 대장은 한다. 그가 늘 말하듯 그렇게 대통령하는 '스트롱맨'들이 지금 천지니까.

이렇듯 홍준표는 끊임없이 이 나라 중앙정치, 나아가 대통령을 꿈꿨다. 바로 이 부분이 경남도정 적폐의 본질이다. 그의 중앙정치 욕구는 재임 4년 4개월 경남도정을 좌우했다.

진주의료원도, 무상급식도 결국은 보수 대 진보, 좌와 우, 편을 가르는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됐다. 재임 내내 채무제로, 경남미래 50년을 이야기했지만 시·군과 공조 없는 일방독주였다. 따라오지 않는 시·군에 예산은 없었다. 시·군은 채무제로를 따라 외치지 않을 수 없었고, 예산책정 때가 되면 서울 출장 가던 시장이 예산 못 딸까 도청으로 차를 돌렸다. 찍히면 끝이니까.

20개월간 홍준표를 취재하면서 나는 그가 '지방자치'를 긍정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지방자치는 무슨 지방자치야? 이런 천하대란의 시대에 강력한 중앙집권을 해야지. 지금은 전 세계가 스트롱맨의 시대야!" 그는 자신의 도지사 재임을 중앙정치를 위한 '하방'이라고 표현했고, 댐으로 식수원정책 전환을 선언한 그에게 판단 근거를 묻자 "내가 그걸 왜 여기(지방)서 말해. 서울 가서 해야지. 여기 보도는 못 믿어"라고 했다.

이일균.jpg

결국 홍준표 적폐의 본질은 편 가르기다. 극단적 보수아이콘을 지향하는 인물이 악용했던 편 가르기를 경남도가 극복하는 것이 적폐 청산이다. 또, 홍 적폐의 본질은 중앙정치 지향이다. 그것에서 벗어나 경남도가 당당히 지방자치를 선언하는 것이 적폐 청산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