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이현재 대웅건설 대표이사
공정거래위 모범 업체, 토목·사회복지학 전공
"복지관 건설 꿈 여전…확대보다 내실 튼튼히"

이현재(45) 대웅건설 대표이사는 부친 회사를 이어받은 2세 경영인이다. 그는 처음 만나자마자 "아버지나 저나 어디 나서는 것에 별로 익숙하지 않습니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회사를 더 키우겠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직원들과 가족처럼 지내고 싶습니다"라는 맥락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대웅건설은 1983년 토목공사업·철근콘크리트공사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1998년 일반건설 토목, 2002년 일반건설 토목건축 면허를 취득했다. 2011년에는 국외건설업(토건·조경) 면허도 땄다. 현재 종합건설사·전문건설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고, 코로지스라는 이름으로 물류업에도 진출해 있다. 양산유물전시관, 통도사 휴게소, 밀양 실내배드민턴장, 진주혁신도시 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참여 작품이다.

이현재 대표는 지난 2002년 대표이사직에 취임하며 아버지 이병호(73·현 회장) 씨가 다져온 회사를 본격적으로 이끌었다. 아버지는 동아건설 작업반장 경험을 살려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대웅건설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납세자 표창'을 받았고, 공정거래위로부터 '하도급거래 모범업체'에 선정됐다. 이 대표는 '2010년 자랑스러운 건설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현재 대웅건설 대표이사는 창원 향토기업으로서 전국 종합건설업계 상위 10% 안에 드는 현실에 만족하며, 규모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구연 기자 sajin@

"사업은 서로 믿으면서 돕는 관계입니다. 저는 어려운 상황이 있으면 하도급 업체들에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반대로 또 업체들이 어려우면 저한테 이야길 합니다. 대부분 초창기 부터 거래해온 곳들이라 신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매출만 많다고 큰 회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자기자본으로 일을 다 합니다. 부친 때부터 지금까지 직원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 어느 회사보다도 튼실하다고 자부합니다."

대웅건설은 상가·오피스텔 분양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옛 용호볼링장 터에 '대웅 레드유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지하 4층~지상 14층 규모로 9월 중순 입주 예정이다. 이 대표가 10년 전부터 심혈을 기울인 야심작이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많이 투자하면 남는 돈이 있느냐"고 할 정도로 고급 자재를 사용했다.

이 대표는 1972년 창원에서 태어나 지금껏 고향을 벗어나지 않은 토박이다. 그는 위로 누나 둘, 밑으로 남동생 한 명을 두고 있다. 어릴 적 대원초-양곡중학교 시절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지만, 자신도 계속 그 길을 갈 수 없을 것이라 예감했다.

"어릴 적 저는 가끔 아버지를 따라가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는 아버지 대를 이어야 한다는 의식이 머릿속에 자리했던 것 같습니다. 중3 때 운동부가 해체된 것도 있지만, 아버지께서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원하셨습니다. 이전까지 공부라고는 전혀 해보지 않았으니 막막했죠. 주변 친구들을 귀찮게 하며 도움을 받았죠. 그렇게 1년 바짝 해서 문성고등학교에 턱걸이로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아버지 회사 일을 도왔다.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2세 경영 수업에 들어가 서른 무렵 회사를 이어받았다. 자신에 대한 회사 내 불편한 시선 같은 것은 크게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 이병호 회장이 때로는 현장에서 이른바 '삽질'도 하는 등 격의 없는 분위기가 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 일을 하면서 창신대 토목학과 야간에 들어가 공부를 병행했다. 이후에는 특이하게도 대구신학대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땄다.

"아버지께서는 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외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고, 동생도 요양원 쪽 일을 해서 알게 됐는데요, 요양병원이 노인들을 치료해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재활요양병원을 운영해 보고 싶었고, 실제로 마산 쪽에서 개원도 했습니다. 최고급 시설과 의료진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에 1억 5000만 원 정도 적자였습니다. 2년 반 정도 버티다 도저히 무리라고 판단해 결국 포기했습니다. 나중에 좀 더 능력 되면 복지관을 짓겠다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 대표는 매일 오전 4시 30분까지 출근한다. 부지런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몸에 뱄다. 퇴근 시간도 오후 7시이기에, 하루 14시간 이상 회사에서 보내는 것이다.

최근 '기업 윤리' 문제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일부 2·3세대 경영인 도덕적 문제는 많은 이들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대목에서 그냥 웃음 지을 뿐이다.

"2세대 경영인들을 만나보면 정말 아닌 사람도 많고, 또 반듯한 사람도 많고 그렇습니다. 저마다 살아온 삶이 다르니까요. 다만, 물려받은 회사가 아무리 탄탄하더라도 2세들 경영 마인드가 확실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습니다. 저는 아버지 덕을 크게 보는 편입니다. 아버지께서 지역 업계에서 많은 신뢰를 얻어왔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도 '이병호 회장님 아들?'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시고, 또 호의적으로 대해 주십니다. 저 역시 더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도 소박한 마음을 드러낼 뿐이다.

"어떤 모임에 나갔더니 '당신은 회사를 얼마나 더 크게 키울 계획인가'라고 묻더군요.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규모를 더 키우고, 돈을 더 버는 부분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도 저와 같은 생각입니다. 창원 향토기업으로서 전국 종합건설업계 상위 10%(400위권) 안에 드는 정도면 아주 괜찮지 않나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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