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주인' 목소리 높여 각종 규정 인권 침해 지적
교사 규탄·학교 사과 요구 9월 학부모 등 공청회 예정

'교실 몰카 설치', '여성 비하 교장 훈화' 사건이 벌어진 창원 한 고교에서 학생들 스스로 인권을 되찾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교내 곳곳에 대자보를 붙였다.

17일 이 학교 중앙 계단 등 모두 4곳에 A2용지 크기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학교 주인은 학생', '두발 제한 등 규정으로 인권 침해', '몰카 사건 교사 규탄' 등 내용이 담겼다. 이에 동의하거나 응원한다는 쪽지도 함께 붙어 있다.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글쓴이는 대자보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학생들은 교실 몰카 사건 이전부터 인권 침해를 느끼고 있었고,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표출했다.

'무엇이 정말 부끄러운가'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성희롱 발언 1년 2개월 후에야, 몰카 사건 40일 후에야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됨이 부끄럽지 않나. 학생회는 오히려 '철이 없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는 게 진정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우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치고 우리의 몸을 옥죄는 규정에 저항해야 한다. 우리가 학교의 주인이며 잘못된 학교를 바꿔나갈 수 있는 유일한 주체다. 우리가 바뀌지 않는 한 부조리와 인권 침해는 영원할 것"이라고 써있다.

학생들이 쓴 대자보. /김희곤 기자

또 '그게 그렇게 빡칠 일인가'라는 대자보에는 "우리가 지켜온 말도 안되는 규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모두 묵살당해 왔다. 귀밑 7㎝ 두발, 종교팔찌 외 모든 액세서리 금지 등이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학교라는 공간은 모든 것을 배제하고 공부만을 위한 곳인가. 21세기는 개인의 기호·개성·다양성이 존중 받는 시대다. 학생답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을 제한하고 억압해도 되나"라고 적었다.

문제지 형식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대자보에는 몰카 사건을 성토하는 내용이 담겼다. '몰래 카메라를 찍었을 때 받는 징계는?'에 '육아휴직'이라고 쓴 3번 문항에 틀렸다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또다른 문항에는 학생들이 진심이 담긴 사과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 학교 학생 몇몇은 청소년인권단체에 가입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26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 방지와 유사 사건 발생 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창구 마련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 생각을 공유하고 내부적으로 토론하는 의미로 보고 있다"며 "인성부장 교사 승인을 거치지 않고 대자보를 붙였지만, 학생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수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학교는 의견을 수렴해 9월 중 학생·학부모와 함께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남도교육청은 몰카와 훈화 사건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해당 교사와 교장에 대해 중징계, 민원 처리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처리한 교육청 장학사에 대해 경징계를 징계위원회에 지난 16일 요구했다.

학생들이 쓴 대자보. /김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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