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후보들은 저마다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준비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채, '3D'라는 용어를 스리디 혹은 삼디로 부를지 하는 발음문제에만 민감한 촌극이 벌어졌다. 즉, 4차 산업혁명의 내용이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한번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소재산업의 등장과 성장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역설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소재산업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부가가치액 기준 19.9%이다. 소재산업은 제조업 전체에서 이미 약 5분의 1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기업입장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가능하게 하는 신성장 산업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의 경량화를 위해선 소재산업의 성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나노섬유를 이용한 신제품 개발로 미래 시대엔 계절마다 필요한 옷이 아니라 옷 하나로 색깔도 바꾸고 기온도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보여 주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가졌던 상식이나 통념을 뛰어넘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미 시장에선 새로운 소재의 모색과 적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소재산업 바로 그 자체가 미래산업의 핵심이라는 사실이 이미 웅변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소재산업이 국내 산업에서 자리 잡는 현재 위치는 매우 불안정하다. 성장산업이 보여주는 일반적 경로처럼 출발단계에서 중소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조건이나 상태 때문에 불안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혁신적 중소기업의 등장이 기술개발의 전제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소재산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는 이미 많은데도 그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즉, 소재부품 산업은 새로운 소재의 개발이 아니라 부품 수입에 의존해 반가공품을 생산하고 국내에 소개하는 수준의 낙후성과 의존성이 심각하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 제품에 필요한 TAC필름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바로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정책의 준비와 대책이 산업현장에서 절실하다. 이런 요구에 정부와 지자체가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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