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고 김군자 할머니(향년 91세)의 부음 기사 중 이 대목에서 그만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광복 뒤 38일을 꼬박 걸어 두만강을 건너 ㉮고향에 돌아왔다. 김 할머니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와 다시 만났다. 석 달을 살며 임신을 했다. 하지만 ㉯남자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했다. 갈등을 겪던 남자는 자살을 택했다. 아기가 태어났지만 다섯 달밖에 살지 못했다'!

순간 ㉮와 ㉯의 현실이 1636년 병자호란 때의 환향녀(還鄕女) 수난과 겹쳐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그 환향녀가 애꿎게 '화냥년'이란 욕말로 변하여 쓰이고, 그 '바람기' 누명의 치욕이 국어사전에까지 실려 있다는 사실에 공분까지 느꼈습니다. 어느 몹쓸 일본 외교관은 "일본군 위안부는 돈을 벌기 위한 매춘부"란 망언까지 했습니다. 그 망언에 애꿎은 '환향녀' 욕말이 덧씌워질까 보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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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에 바라네

국어사전의 낱말 '화냥년'

그 말의 애꿎음을 살피어

아예 없애줌이 옳지 싶네

그래야

위안부 할머니들의

억울도 상처를 덜 입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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