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교실·글쓰기반·책읽기모임 등 진행
'내'가 있는 삶 가꾸기에 시골이 더 좋아

전인권 님이 부른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노래 가사에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라는 부분이 있다. 이 노래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이 공감되는 가사 때문일 것이다. 노래 마지막 부분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라고 노래한다. 후회 없이 꿈꾸고 새로움을 선택해보는 시간, 진정 인간을 풍요하게 할 수 있지 않은가!

시골살이를 하면서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들은 '꼭 농사만 짓고 살아야 하는가?'이다. 시골이라는 환경이 농사만 짓고 살기도 어려운 현실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언가 시도해보고 싶었고 그래야만 했다. 농부가 되겠다고 자청해 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기도 했고,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자유롭게 한눈팔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시작했다. 아들이 음악을 좋아하고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해서 기타교실을 열었고, 아랫마을에 사는 농부 시인님과 뜻을 모아 글쓰기반 모임을 열었다. 우리 집 아이들이 홈스쿨을 했기에 이런저런 교육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찾아오시는 엄마들과 민들레 책읽기 모임도 만들었다. 목사로서, 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책임과 소임이라 생각하고 '헤브루타'라는 이름으로 신학적, 신앙적 질문을 통한 토론모임도 한다. 달마다 셋째 주 토요일 저녁 7시에는 청소년들과 부모들, 그리고 이 시대 대안이 될 만한 삶의 질문을 찾는 이웃들과 함께 담쟁이 인문학교도 한다. 담쟁이 인문학교는 다른 지역까지 제법 입소문이 나서 찾아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작은 모임들을 만들어 가다 보니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창의적인 생각으로 만들어가는 마을을 상상해 보게 된다. 올해로 스무 살이 되는 아들 수연이가 누나와 산책을 하면서 했던 이야기가 큰 그림이 되어주었다. "누나, 대부분 사람이 시골은 도시에서 은퇴하고 오거나 노인들이 사는 곳이라 생각해. 젊은 사람들은 시골에서 뭐하고 사냐는 말을 하기도 해. 우리가 할 것 있는 시골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라고 제안한 것이다. 우리 가족은 틈틈이 둘러앉아 서로 꿈꾸는 삶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청년과 청소년들을 위한 마을, 청년들이 자유롭게 시골살이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고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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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 열심히 농사짓는 우리 아이들을 보시고 마을 어르신들은 먹고살 것도 없는 시골에 왜 왔느냐며 얼른 도시로 가서 공부하라고 걱정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않으셨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도 시골을 희망으로, 가능성이 있는 땅으로 보지 않는데, 도시 젊은이들에게 이곳에서 함께 꿈을 꾸어가자고 말하는 것이 현실감 없는 헛말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젊은이들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 새롭다는 것은 이전에 없던 것들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다운 주체적인 삶 그리고 그것을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가족들은 꿈을 꾼다. 젊은이들이 각자의 색깔과 모양대로 살아가는 작은마을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도시로만 치우쳐있는 획일적인 방향에서 벗어나 '내'가 있는 삶을 꿈꾸어 가기에 시골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생각들이 너무 낭만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곧 마주할 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해 인간의 고유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새로운 꿈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먼저 간 이 걸음이 또 다른 이들에게 길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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