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최저임금 산입 범위 논란
노동계 "경영계 '꼼수 전환'으로 인상 무력화"

"역대 최대 폭으로 최저 시급이 인상됐다고 해서 당연히 임금 인상도 클 줄 알았는데…."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16.4%(시급기준 7530원) 오르는 것으로 결정이 난 이후 경영계와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편법' = 창원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탄식을 했다. 내년부터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사장은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을 전액 삭감하고, 대신 일괄적으로 시급 8500원으로 책정해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기본급에 상여금 500%를 받았는데, 업체가 법 위반을 피하고자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돌려 월별로 지급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 결국 노동자가 손에 쥐는 임금 총액은 올해나 내년이나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사장은 그저 '싫으면 나가라'고 했다.

이처럼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노동계와 사용자 측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노동계는 '꼼수'로 법을 피하게 되면, 결국 최저임금을 올려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발한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16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임금체계 꼼수 개편 규탄 및 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법정 최저임금 범위 = 현행 최저임금법은 시행규칙 2조에 '최저임금 범위'를 정해두고 있다. '단체협약·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 임금항목으로서 지급근거가 명시되어 있거나 관례에 따라 지급하는 임금 또는 수당', '미리 정해진 지급조건과 지급률에 따라 소정 근로에 대하여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또는 수당'이다.

여기에다 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미리 정해진 지급조건에 따라 담당하는 업무와 직책의 경중에 따라 지급하는 수당, 물가수당·조정수당 등 물가변동이나 직급 간의 임금격차 등을 조정하고자 지급하는 수당, 기술수당·면허수당·특수작업수당·위험작업수당 등 기술이나 자격증·면허증 소지나 특수작업종사 등에 따라 지급하는 수당 등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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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으로 정근수당, 근속수당, 상여금, 체력단련비 등이 있다. '소정 근로시간 외 임금'인 초과근로수당, 연차휴가 수당 등과 '복리후생비'인 가족수당, 급식수당, 숙식비 등도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 2라운드 = 사용자는 법 위반을 피하고자 기존에 최저임금에 넣지 않던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최저임금법상 기준을 맞추려고 한다.

김요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사용자는 당연히 급여총액을 동결하고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최저임금법상 기준을 맞추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최저임금 인상 취지가 무력화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영계 측은 상여금, 수당 등 항목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외국에서는 최저임금 범위에 상여금, 식대, 숙박비가 다 들어 있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법에서 이를 제외하고 있다. 그래서 한 달에 300만 원 이상 받으면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최저임금 체계를 선진국 형태로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최저임금법이 88년부터 시행됐는데, 임금체계 변화에 따라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사용자가 유급 노동시간을 줄이고, 무급 휴식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임금 총액을 줄이는 시도도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제 ‘최저임금 2라운드’에 돌입했다. ‘꼼수’ 개편에 대한 대응 투쟁에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 한 달 사이 관련 상담이 40여 건에 달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그나마 임금체계 변경을 할 때 노조 힘으로 막아낼 수 있겠지만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막아내기 어렵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노동자 90%는 ‘임금체계 개악’과 ‘꼼수’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하반기부터 임금 체계 변경 등 불이익에 대비한 상담(1577-2260)을 받고, 노조 가입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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