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혁신위원장 "상향식 공천으로 패배"…조직력 갖춘 현역 '긴장'
홍준표 '사천' 가능성 우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을 지양하고 '하향식' 전략공천을 확대하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총선에서 상향식 공천으로 패하지 않았나. 상향식 공천은 지역사회 정치인 기득권 유지에 유리하고 정치 신인 진출에 장벽이 된다"며 "책임공천에 한국당의 정치 생명이 걸려 있다. 구체적인 안은 준비 되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경남지역 인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기존 방식대로 당내 경선 등을 통한 승부에는 자신이 있으나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관계가 불편한 이들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각각 재선과 3선을 노리는 안상수 창원시장과 이창희 진주시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 재임 중이던 시절 마산야구장 건설과 창원광역시 추진, 진주시 예산 편성 등을 둘러싸고 숱하게 갈등을 빚었다. 두 단체장은 또 내심 경남도지사 출마도 고려 중인데 확실한 세력 기반이 없으면 상향식이든 하향식이든 더더욱 어려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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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과 홍준표 대표./연합뉴스

역시 도지사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박완수(창원 의창) 의원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옛 한국당) 도지사 후보를 놓고 2012년·2014년 두 번이나 맞붙었던 홍-박 두 사람은 각각 도지사와 국회의원 신분이 되어서도 사천 항공정비단지 유치, 창원 북면 오·폐수 문제 등과 관련해 물러섬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최근 방영된 KBS 창원 시사프로그램 〈감시자들〉에서 "홍준표 지사 시절 경남에 여러 갈등이 있었고 불협화음도 있었다"며 "이제는 정말 누가 지도자가 되든 여야를 떠나 경남 미래와 지역 발전을 위해 화합과 협조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홍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되거나 상대적으로 가까운 인사는 전략공천의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 한국당 도지사 후보군인 이주영(창원 마산합포)·윤한홍(창원 마산회원) 의원을 비롯해 각각 김해시장·진주시장·고성군수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정장수(홍 대표 공보특보·전 경남도 비서실장)·오태완(전 경남도 정무조정실장)·강남훈(홍 대표 공보특보·전 경남도 공보특보) 등이 그 주인공이다.

한 인사는 "홍 대표와 출마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격려를 받았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낙점'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물론 한국당 측은 '사천'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당 지지율이 20%에 갇혀 있다. 이것을 돌파해 정권을 찾아오겠다는 것인데 앞으로는 사천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사천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논의하고 있으며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류 위원장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류 위원장 자신이 홍 대표가 영입한 인사인 데다, 측근인 윤한홍 의원과 최구식 전 경남도 서부부지사(진주 갑)를 앞세워 '현역 국회의원 교체'를 시도했을 만큼 자기 사람 심기에 일가견이 있는 홍 대표이기 때문이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류석춘 혁신위원회가 계파정치에 극단적으로 악용됐던 전략공천을 들먹이며 또다시 정당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있다"며 "20대 총선이 상향식 공천 때문에 망했나. 아니면 세계적 웃음거리인 '진박 마케팅' 때문에, 일부 정치세력의 보복 공천 때문에 망했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을 찍어 내려 또 누구의 계파를 만들고 누구에게 줄을 세우려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홍 대표는 16일 당지도부 회의에서 사천 논란과 관련 "혁신안은 혁신위원들이 동의한 결론을 언론에 발표한 것이지 지도부와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며 "외부 사람 눈으로 봤을 때, 한국당을 어떻게 만들어야 보수진영이 회복될 수 있는지가 혁신의 기준이다. 지금 혁신위 발표는 나중에 지도부 의결을 거쳐 집행할 것이기 때문에 의원들은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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