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 '자전거 통일 체험 대행진'
도내 고교생·교사 등 100명 3개 팀 나뉘어 릴레이 종주
서로 마음 모이는 게 '통일'속도 맞춰 라이딩하며 깨쳐

아아, 잘 들리나요?

저는 하동 진교고등학교 3학년 박성신입니다. 최근 북한 정치·생활과 관련된 기사를 접하면서 통일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하고자 경남도교육청에서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자전거 통일 체험 대행진'에 참가했습니다.

12일 경남교육청에서 출발해 15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도착하는 3박 4일 일정이었어요. 도내 고등학생 70명과 선생님 등 100여 명이 563.45㎞나 되는 전체 구간을 모두 달린 건 아니고요, 테마별 3팀으로 나눠 릴레이식 종주를 했습니다. 3일째 파주에서 모두 모여 임진각까지 함께 달렸습니다. 평소 '통일'이라고 하면 분단된 두 국가가 합쳐진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친구들과 속도를 맞춰 라이딩을 하면서 한 민족의 마음이 모이는 것이 통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통일이 된 대한민국을 상상하면서 임진각을 향할 때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경남도교육청이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자전거 통일 체험 대행진'에 참여한 학생과 교사 100여 명이 15일 최종 목적지인 임진각으로 향하고 있다./경남교육청

◇"으악, 열사병이라니…" = 대행진 첫날인 12일은 어지럽고 열감이 느껴지는 등 열사병으로 라이딩을 하지 못하게 됐어요.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첫날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 해야 할 것 같아 방송 스태프 역할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만 발휘하던 영상 촬영 능력을 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큰 행사에서 뽐내려고 하니 긴장도 됐지만 개인적으로 라이딩과 영상 촬영 두 가지를 다 해볼 수 있어서 만족감은 배가됐습니다. 라이딩을 할 때는 몰랐는데, 팀을 멀리서 카메라 렌즈로 보니 정말 아름다웠어요. 서로 간격을 맞추고, 가끔 뒤를 돌아보고 팀원들을 챙기는 1·2학년 후배들이 대견하기도 했고요.

첫날 '역사의 길' 종주팀은 낙동강 강변을 따라 창녕군 남지, 한국전쟁 격전지인 박진을 거쳐 숙소인 합천군 덕곡면 밤마리 오광대 문화체험관에 도착했습니다. '문화의 길'팀은 구미 금오공대에서 출발해 낙동강 낙단보까지,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출발한 '평화의 길' 팀은 능암온천까지 첫날 자전거 행진을 마쳤습니다.

평소 자전거를 열심히 탔던 친구들도 더운 날씨에 지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고, 멀쩡하던 자전거가 한 시간 남짓 달린 후 갑자기 펑크로 잠시 멈췄다 다시 출발하기도 했습니다. 한 친구는 자전거 종주 도중 유니폼 색이 비슷한 일반 동호인 뒤를 따라가는 등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동 진교고 3학년 박성신 학생.

◇"달려보니 알겠어요. 통일은 대박이 아니에요" = 이번 라이딩에서는 선생님들과 대화할 시간이 많았어요. 교직생활 29년인 한 선생님은 열정도 옅어지고, 아이들과 생각 차이가 점점 벌어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자전거 국토 종주 참가자 모집 공문을 보고 소개해봤더니 수업시간에 말 한마디도 듣기 어려운 '의외의 인물'들이 신청을 했다나요. 수업시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과 종주 2일 차, 가장 험난한 문경새재를 넘는 코스에서 "선생님은 그것도 못 올라와요" 하며 씩 웃는 아이 모습에 그동안 걱정과 편견을 모두 날렸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창원고등학교 박무락 선생님이 "대학 진학이나 진로 문제로 고민이 많을 너희가 이렇게 쏟아지는 땀을 훔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모습이 대견하고 믿음직스럽다"며 공부만 강조할 게 아니라 체육이나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할 때는 저도 선생님들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 건 두말하면 잔소리죠.

광복절 전야인 14일 저녁에는 팀별 종주를 마친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어요. '평화통일'을 주제로 2~3행시를 짓거나 '통일이 되면 북한 학생과 같이 하고 싶은 일' 등 통일에 관심을 둘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박종훈 교육감과 통일 토크 콘서트도 열었어요. 가장 흥미로웠던 시간은 9개 조에서 한 명씩 대표가 나와 38선을 의미하는 3.8m 짧은 구간을 자전거로 가장 느리게 도착하는 게임이었어요. 자전거 중심을 잡고 페달을 안 밟고 천천히 가는 스탠딩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시작과 동시에 발이 떨어지는 친구도 많아 큰 웃음을 선물했죠. 행사 마지막은 모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합창했는데, 조별로 작은 원을 그려 손을 맞잡다 100명이 한 원을 그려 옆 사람과 맞잡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는 뭉클한 감정이 솟구치기도 했답니다.

15일 팀별로 최장 구간인 90~100㎞씩을 달리며 임진각으로 향했습니다. 특히, 문경새재를 넘는 문화의 길 팀 종주는 해발 548m에 매우 가파른 산길을 넘는 난 코스였습니다.

종주 전 안전교육에 소집됐을 때는 팀워크를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같은 팀에 있는 모든 친구들이 같은 실력이 아니에요. 평지를 잘 달리는 친구가 있는 반면에 오르막길을 잘 올라가는 친구가 있어요. 또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체력이나 실력이 개인마다 다릅니다. 그럼에도, 뒤에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자전거를 잘 타는 친구가 옆에서 끌어주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고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주변에는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친구도 많습니다. 라이딩을 하면서 '통일이 되면 남북한이 서로서로 부족한 부분을 우리처럼 채워나갈 수 있겠구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께서 관광버스 운전기사인데 북한과 통일이 되면 사람들이 관광하는 횟수도 늘어나고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아 최대한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 통일을 주제로 하는 국토종주가 있다면 그때도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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