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는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얼어버린 지구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린다. 바퀴벌레 양갱을 주식으로 하는 꼬리 칸 사람들에게 호화로운 파티를 즐기는 앞쪽 칸은 '넘사벽' 신분이다. 노동 착취와 부당한 처우를 견디지 못한 꼬리 칸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킨다.

교육계 정규직 전환 논의 과정 중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화' 논란이 <설국열차>를 연상케 한다.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 교사와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규 교사와 임용시험 준비생은 기존 교사 선발 시스템의 근간을 흔든다며 반대하고 있다. 우리처럼 임용고시 합격하면 된다는 논리다.

기간제 교사는 언제부터 이렇게 늘었을까? 사범대 정원이 무리하게 확대되면서 교원자격증을 갖고도 임용시험을 통과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졌다. 교육계는 수준별·선택 교육과정이 포함된 제7차 교육과정(1997년)에서 기간제 교사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용시험에서 몇 번의 고배를 마신 이들은 '부모님 볼 면목이 없어서',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여러 이유로 6개월, 10개월 기간제교사를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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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교사는 바늘구멍을 통과해 안착한 앞쪽 칸 특권을 누리고자 하고, 임용고시생은 앞쪽 칸으로 직진하고자 안간힘이다. 현재 법규상 정규직이 될 수 없는 기간제교사는 꼬리 칸에서 한 칸이라도 옮겨 고용불안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이다.

이 기차가 학교 안을 뱅뱅 돌고 있다. 꼬리 칸과 앞쪽 칸 선생님으로 양분돼 있고 처우가 극과 극이라는 현실을 청소년들도 모르지 않는다.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교사들은 '평등'을 입에 담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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