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관료이나 정치적 평가대상된 대행
도민에겐 균형·능력 갖춘 행정가 필요

인사이동으로 경남도청을 출입한 지 한 달째다. 홍준표 전 지사가 떠난 도청은 흔히 태평성대를 지칭하는 중국의 요순시대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류순현 도지사 권한대행 교체를 기정사실화한 분위기에서 이에 대한 하마평만 무성했다.

류 권한대행은 2016년 2월 행정부지사로 부임했다. 자치행정 업무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류 권한대행에 대한 도청 내부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홍 전 지사가 지난 4월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사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간의 관심이 류 권한대행에게 쏠렸다. 전형적인 행정관료인 류 권한대행은 선출직 도지사와 같은 정치적 평가 대상이 됐다. 보궐선거 무산 책임과 도청 간부공무원 관권 개입 의혹에 대한 미온적 대처, 여성가족정책관 폐지를 담은 행정조직 개편안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후 경남도교육청과 소통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동안은 뭘했냐'는 식이었지만, 이런 지적이 지나치다는 평가도 있다. 어쨌든 소통 물꼬를 트려고 한 점은 인정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바깥 평가와 달리 도청 안 평가는 다소 온도 차가 있었다. 시쳇말로 '류빠'를 자처하는 공무원들도 있었다. 간부공무원으로서 류 권한대행은 직원들에게 '갑질 하지 않는 상사' 이미지가 강했다. 독선과 불통의 아이콘인 홍 전 지사와 비교해 상대적인 평가일 수도 있다. 류 권한대행이 결국 16일 오전 이임식을 하고 도청을 떠난다. 이 자리에서 경남도청공무원노조가 감사패를 전달한다고 하니 류 권한대행에 대한 도청 내부 평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류 권한대행은 세종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류 권한대행과 자리를 맞바꾸게 된 한경호 신임 권한대행은 17일 오전 행정안전부에서 임용장을 받고 이날 오후 도청에 첫 출근한다. 그런데 한 권한대행이 취임하기도 전에 벌써 뒷말이 많다. 한 권한대행이 진주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내정설이 나올 때부터 도청 내부에서는 정치적 욕심이 있는 사람이 오면 곤란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도청 직원은 노조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앞서 근무한 모 부지사가 국회의원 출마를 할 때 기억해보자. 자신이 출마하려는 지역구에 각종 예산배정, 행사 참석 등으로 미리 부산을 떨던 것이 기억나지 않는가"라며 "출마를 하고 안 하고 정치적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그것이 지금 도정에 미칠 영향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훌륭한 행정가가 오길 바란다. 어차피 교체돼야 한다면 말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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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려 속에서 한 권한대행이 취임한다. 장인태-김채용-임채호-류순현 부지사에 이어 역대 5번째 도지사 권한대행이다. 도지사의 정치적 욕심에 따른 중도사퇴로 권한대행 체제가 반복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10개월가량 권한대행직을 수행한다. 지금 도민에게는 균형감과 행정능력이 있는 성실한 행정가가 필요하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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