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흘렀건만 여전히 일제에 묶인 현실
잘못된 것 과감히 잘라내고 바로잡아야

올해가 광복 72주년이다. 해방된 1945년으로부터 7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강산이 변해도 일곱 번은 변했고 그동안에도 수많은 역사적 격변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해방은 놓여났다는 것이고 광복은 빛을 다시 회복했다는 뜻이다. 묶였다가 놓여났으면 자유로 살아야 하고 어둠 장막에 갇혔다가 다시금 빛을 보게 되었으면 어두운 기색을 떨쳐내고 활기차게 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해방 이후 우리 역사는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무엇인가에 묶여 있고 꼬여 있는 매듭 풀기는 지지부진하고 다시 찾은 빛은 낮은 곳까지 환히 비추지는 못하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이 얼마나 일제 강점기의 상처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분단의 상처는 핵위기로 다가서 있으며 아직도 보훈 재정립을 말해야 하는가 하면 위안부 피해, 강제징용 문제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도 되풀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제가 독립운동가 집안의 맥을 자르려고 고의적으로 집 반쪽을 헐어 기찻길로 만든 임청각을 예로 들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한 지적 그대로인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평생을 민족 독립운동에 몸바친 대표적인 애국선열이다. 이분 묘역을 참배한 적이 있는데 이국 땅 감옥에서 유명을 달리하고 유골로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일제 서슬이 무서워 제대로 된 묘로 모시지 못하고 집 구들장 밑에 숨겨 두었다가 해방 이후 묘를 쓰려니 그 비용이 없어 가묘형태로 모셨었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 집안도 독립운동에 삼대가 망한다는 말대로 된 것이었다. 그러나 묘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친일 화가 운보 김기창의 장원은 그야말로 대궐이었다. 친일의 대가로 마련한 장원은 아니라지만 그 극명한 대조에 한동안 치를 떨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역사가 오늘날 뜻있는 이들의 통탄을 자아낼 만큼 엉터리로 점철된 것은 소위 정통성 있는 국가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일 잔재를 털어내기는커녕 옷만 바꾸어 입은 그들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한 역사에서는 분단 현실이든, 일본과의 관계이든, 보훈이든 무엇 하나 생색 이상을 얻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현실과 역사를 직시했으면 바로잡으면 된다. 내과적이든 외과적이든 과감하게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민족 천년 대계의 기초로 삼을 새 살이 돋아나게 하면 된다. 정으로 감싸고 그만하면 되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려서는 이 질곡을 벗어날 길은 영구히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반 만의 성공이라도 거두는 길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하는 데 있다. 역사교과서에는 여전히 일본 시각의 역사용어들이 즐비하다.

합방에서 생긴 말이 해방이다. 이것도 잘못된 말이다. 역사의식에 투철하다는 그 많은 역사학자가 이런 말로 가르치는 한 그들은 한복 입은 일본인이다. 그들은 역사 주류에서 스스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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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생색만 내었을 뿐인 일본식 법률 용어도 국가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일거에 혁파해 내어야 한다. 이런 것을 두고는 사방이 걸림돌투성이인데 무엇 하나 제대로 될 턱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야사 복원을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이것이 또 다른 친일 논리로 둔갑할 위험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일을 이루려면 뜻이 밝고 투명해야 하며 이것이 이루어지면 나머지는 저절로 되는 것이다. 광복절이여, 오호통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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