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진영 경남산업공사 70년 성업하다 지난달 폐업
라이터 보급 뒤 경영 어려움 시책사업에 터 일부도 편입
시, 작은 박물관 전시 추진

국내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 불씨가 꺼졌다.

70년 역사를 이어온 전국 유일 성냥공장인 김해시 진영읍 경남산업공사가 지난달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난 1948년 설립한 경남산업공사는 경북 의성 성냥공장이 2014년 휴업에 들어간 뒤에도 영업을 이어왔지만 세월의 무게와 김해시가 추진하는 사업 영향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의 길을 택했다.

이 회사는 설립 이후 1970년대까지 직원이 3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성업했다. 당시 성냥은 생산되기 무섭게 트럭에 실려 서울, 인천 등 전국 각지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생산 제품은 사각, 원통형, 미니 등 3종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경전선이 통과하는 진영역 부근 1650㎡ 터에 자리 잡은 경남산업공사는 과거 어려웠던 시절, 주민들 대다수가 이 공장에 취직해 생계를 이어갈 정도로 '고마운 존재'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라이터가 보급되고서 급격히 사세가 기울었다. 주요 설비가 동남아로 팔려나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경남산업공사에서 만들던 성냥. 컨베이어벨트가 멈춰져 있다. /김해뉴스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진영 성냥공장은 가난했던 시절 진영읍 자랑거리였다"며 "수많은 사연과 애환을 뒤로한 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는다고 하니 떠나간 세월이 무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32년간 경남산업공사에서 근무한 한 주민도 "공장에서 일하면서 자식들 뒷바라지를 했다. 경영에 어려움은 있었으나 이렇게 문을 닫게 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김해시에서 추진 중인 사업이 아니었다면 더 공장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경남산업공사 터 중 일부는 김해시가 추진 중인 진영소도읍가꾸기 사업에 편입됐다. 일부 터가 시책사업에 반영된 탓에 공장을 이어가더라도 작아질 수밖에 없었고 끝내 폐업 수순을 밟은 것이다.

공장은 문을 닫지만 성냥을 만들던 역사를 간직한 성냥 제조 기계나 경남산업공사 현판은 작은 박물관 형태로 진열될 계획이다. 김해시는 경전철 진영역사를 리모델링한 철도박물관에 조성할 예정이었으나 성격이 맞지 않아 다른 곳에 진열할 계획을 세웠다.

김해시 난개발정비팀 관계자는 "전국 마지막 성냥공장을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작은 박물관 형태로 내용물을 전시할 계획"이라며 "탐방객이나 후세대를 위한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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