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영향…사상 첫 예산정책협의회 공동개최 예고

경남도가 국고예산 확보를 위해 정치권과 함께 매년 개최하는 '예산정책협의회'가 올해는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경남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업무 협조 요청을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데 여야 모두 예산정책협의회 공동 개최에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며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서로 합의만 되면 오는 9월 초 정부 예산안이 나오는 대로 협의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동 개최가 성사될 경우 이는 경남도정 역사상 처음으로 전해진다. 보수정당 소속 외 국회의원이 드물었던 지역 특성 탓도 있지만 경남도 차원에서도 각 정당별로 따로따로 협조를 구해온 게 보통이었다.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지난해 역시 경남도와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 경남도당 간 당정협의회만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민홍철(김해 갑)·김경수(김해 을)·서형수(양산 을) 세 명의 국회의원 배출을 앞세워 경남도에 '정기적 업무 협의'를 제안했으나 홍 지사는 이를 '보란 듯이' 무시했다. 자신을 상대로 한 주민소환운동을 민주당이 주도한 데 대한 불만이었다.

격세지감. 지금은 많은 상황이 변했다. 일단 민주당·정의당 등과 적대적 관계에 있던 홍준표 지사가 사라졌고, 또 무엇보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도내 한국당 한 의원은 "지역구 예산 확보, 현안 해결을 위해선 여권 의원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경남 의원뿐 아니라 김두관(민주당 국회의원) 전 도지사 등 지역 인맥을 총동원해 협조를 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내 여권 의원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김한표(한국당·거제) 의원이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을 위해 김진표(민주당 국회의원)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윤영석(한국당·양산 갑) 의원이 양산세무서 승격을 위해 김부겸(민주당 국회의원) 행정안전부 장관을 최근 만난 것만 봐도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여야 주요 인사들이 어느 때보다 '협치'를 강조하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민주당 협치부대표이기도 한 김경수 의원은 지난 8일 방영된 KBS 창원 시사프로그램 〈감시자들〉에서 "경남도민, 즉 정치인과 지역주민이 힘을 합쳐야 문재인 정부가 경남지역 공약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그 내용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남도는 물론 야당까지 포함하는 당정 협력 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함께 출연한 박완수(한국당·창원 의창) 의원 역시 "과거 홍준표 도지사 시절에는 여러 갈등과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여야를 떠나 경남 미래와 지역 발전을 위해 화합과 협조를 해야 한다"며 "'실세'인 김경수 의원은 경남 예산 많이 따와야 하고 노회찬(정의당·창원 성산) 의원도 원내대표를 맡고 있으니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 또 입법이든 제도적 보완이든 필요한 게 있으면 경남 의원들이 함께 노력해 실천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남 여야정이 국비 확보 공조체제를 확고히 할 경우,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실질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돼 있다.

얼마 전 민주당·한국당 경남도당위원장에 각각 선임된 민홍철 의원과 김한표 의원 모두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한푼이라도 더 많은 국비 확보를 위해선 예결위원들의 활약이 절대적"이라며 "민홍철·김한표 의원처럼 경남 여야를 대표할 수 있는 분이 예결위에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여야가 힘을 모으면 경남도 또한 이전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예산 확보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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