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등·혼례 등 전통체험 '유쾌' 26일까지 금·토 저녁 8시·9시

'창원의 집'이 변했다. 지난달 28일부터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면 창원의 집 앞마당이 시끌시끌하다.

◇야행 = 지난 12일 오후 8시 '야행'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관람객은 청소년을 동반한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앞마당에 모인 관람객 앞에 흰 두루마기를 입은 손마회 (사)문화두레 어처구니 이사장이 나타났다. "자~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창원의 집 대문을 보시죠. 가운데가 높게 솟아있죠? 바로 '솟을대문'이라고 합니다."

손 이사장은 대감이 초헌이라는 탈것을 타고 집에 들어가려면 대문을 높이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태블릿 PC를 써 '초헌'이 무엇인지 이해를 돕고, 관람객과 문답 형식으로 대화를 나눴다.

지난달 28일 밤 창원시 의창구 창원의 집에서 열린 창원문화재단 주최 '야행' 행사 모습. 렌즈 500㎜와14㎜를 이용해 다중 촬영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설명이 끝나자 손 이사장과 관람객들은 "이리 오너라"를 외쳤다.

대문이 열리면서 대감이 등장했다. 대감은 불쑥 찾은 길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대감을 따라 관람객들은 차례대로 △연지 △다목적 전각 △퇴은정 △중문채 △사랑채 △안채 △민속교육관을 돌았다.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유쾌함이 묻어나는 프로그램이었다. 행사를 이끄는 이들의 재치 있는 발언과 불쑥 튀어나오는 유쾌한 이벤트로 자연스럽게 관람객 웃음을 이끌어냈다.

일방적인 설명만 있었다면 지루했을 것. 관람객 체험을 곁들여 프로그램이 한층 구성졌다. 다목적 전각에서는 혼례 체험이 있었다. 이날 관람객 중 부부를 불러내 전통 혼례를 짧게 경험토록 했다.

관람을 끝내면 민속교육관에서 제등을 만드는 시간도 있었다. 관람객은 자신 손으로 만든 제등을 들고 남쪽 느티나무 앞에서 행복을 빌었다.

◇창원의 집 = 창원의 집은 1898년 순흥 안 씨 5대조 퇴은 두철 선생이 살던 집을 보존한 곳이다. 공업 도시, 신생 도시라는 이미지를 보완하고 전통문화를 보존하고자 1984년 창원의 집을 단장했다.

최근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통문화와 풍속을 엿보는 교육장으로 활용했다. 전통 혼례식을 치르는 공간으로도 쓰였다.

창원의 집을 포함한 창원역사민속관은 그동안 창원시가 관리했다. 올해부터는 창원문화재단에서 관리를 맡았다.

'창원의집 야행' 행사 참가자들이 창원의 집 야경을 구경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재단은 첫 번째 창원의 집 활성화 방안으로 '야간 개장'을 꺼냈다. 이른바 '야행(夜行)'이다. 대지 면적 7160㎡에 몸채, 사랑채, 민속 교육관, 유물 전시관, 팔각정 등 7개 동으로 이뤄진 창원의 집을 야간에 구경한다는 구성이다.

오는 26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이틀간이다. 오후 8시와 9시 두 번으로 나눠 무료로 행사를 진행한다.

한 번에 관람객 20명까지다. 선착순으로 인터넷 접수를 하는데 매번 매진 사례다.

◇기대 = 손 이사장은 지난 2006년부터 창원의 집에서 '뿔바우 마을GOOD'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왔다.

주변 민원과 민간단체의 한계라는 벽에 부딪혀 마음이 떠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재단에서 관리를 시작하면서 창원의 집 활성화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야행' 프로그램에 이어 오는 20일 오후 7시 30분에는 창원국제실내악축제 일정 하나인 '창원 고택음악회 by 두 번째 달' 공연이 열린다.

손 이사장은 "그동안 쌓인 민간단체의 비결과 재단의 추진력이 만나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은 2000년대 초반까지 진부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민속촌 안에 다양한 연기자를 배치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면서 서서히 반등했다.

유쾌한 캐릭터와 행사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앞으로 창원의 집 미래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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