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가 순세계잉여금을 놓고 시민사회와 일부 시의원과는 다른 견해를 보여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시는 금년도 순세계잉여금이 늘어난 것은 건전재정을 반영하는 증거라고 강변하는 반면 시민 일각에선 그 반대라며 당치도 않은 말은 하지 말라고 반박한다. '안 쓸 세금을 왜 그렇게 많이 걷냐?' 그래서 등장한 구호다. 지방세가 증액돼 평년보다 세금을 많이 거두어들였으면 늘어난 그만큼 공평분배를 위해 써야 맞지 세출계획을 주먹구구식으로 짜서 불용예산을 발생시킨 과오를 왜 인정 안 하느냐는 것이다. 각각의 주장이 나름대로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건전재정을 의미한다는 진주시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진주시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순세계잉여금의 규모가 큰 자치단체일수록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이유는 전혀 복잡하지 않다. 성격상 동조하거나 옹호하기 어려운데도 왜 자꾸만 늘어나고 있는가 하는 반문인데 행정 당국이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하고 싶은 말만 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반발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예측하지 못한 초과 세입금은 그렇다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용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못한 책임소재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 공통된 시각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진주시가 솔직하게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 예산운용계획은 완벽하게 작성해서 실익을 지향하겠다고 하면 그만인 것을 변명을 일삼고 면피하는데만 열심이다 보니 시민의 외면을 받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예산회계는 회계연도 세입과 쓰임새의 상관관계가 뒤틀리지 않고 되도록 고르게 제자리에 찾아들어 조화를 이루도록 짜는 것이 원칙이다. 비록 시행착오로 순세계잉여금이 발생했다 해서 그것 자체를 두고 비난할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예산운용이 효율적이지 못했다거나 집행과정이 계획적이지 못했다는 평가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진주시는 그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시민이나 시의원의 이유 있는 항변에 대해 귀를 열어 경청하되 그 잉여금이 건전재정의 본보기인 양 선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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