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조회수 '전통적 뉴스가치 부활' 의미
뉴스 기준은 '안전'…알아야 방어망 형성

지역신문에서 보도하는 수많은 유형의 기사 중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뭘까? 사람마다 관심사는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사건 기사의 주목도가 가장 높다.

지난 상반기 경남도민일보에서 조회수 1위 기사는 '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 사건'이었고, 2위는 '창원 모 골프연습장 납치 살해 사건'이었다. 특히 밧줄 절단 사건은 페이스북 '부산공감' 페이지에서 3만 1000명 이상의 공감과 414회 이상의 공유, 6813개 댓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도달 수는 200만, 기사 조회 수도 통산 100만이 넘었다. 다른 사건기사도 이만큼은 아니지만 대부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이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나는 '전통적인 뉴스 가치(value)의 부활'이라고 본다.

사실 내가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만 해도 사건 기사는 아주 중요하게 취급됐다. 사건기자는 새벽 6시 이전에 출근하면서 담당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을 돌며 간밤에 들어온 환자들을 챙긴 후, 경찰서 상황실과 형사당직, 유치장을 샅샅이 훑는 게 일상이었다. 아침 기사를 송고한 후에는 조사계에 접수된 고소·고발대장을 보는 것도 필수였다.

그런데 90년대 중후반 무렵 흥미를 자극하는 연성기사, 즉 '배꼽박스'로 대표되는 말랑말랑한 기사가 사회면의 트렌드가 되는 듯하더니 아주 선정적이거나 엽기적인 사건 외엔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일반 사건기사는 점점 자투리 지면 메우기용 단신으로 취급됐다. 자투리가 없으면 빠지는 기사가 된 것이다. 한동안 그런 취급을 받던 사건기사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시대를 만나 새롭게 뉴스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지역신문에서 사건기사가 중요한 건 모든 뉴스의 기준이 '안전'이기 때문이다. 80·90년대 기자들의 교본으로 읽혔던 <취재보도의 실제>(나남)에서 저자 이행원은 뉴스의 기준을 이렇게 제시했다. "세계는 안전한가, 내 집과 내 가족들은 안전한가, 만일 그것들이 안전하다면 지난 24시간 동안에 그것들을 위태롭게 할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줄곧 지역신문 연구에 매진해온 장호순 교수도 <지역사회와 언론>(주변인과 문학)에서 사건기사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떤 범죄가 일어나고,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발생한 범죄의 해결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범죄 예방을 위한 개인적 대책이나 사회적 방어망이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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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는 <세바시> 797회 강연에서 "40대 이하의 사망원인 1위는 질병이 아니라 중증외상, 즉 다쳐서 죽는 사람이 가장 많다"며 "그렇게 죽는 사람의 대부분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겨울 진주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 박지호 씨는 자유발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죽는 노동자가 1년에 2000여 명으로 하루 6명꼴"이라며 이렇게 묻는다. "매일 6명이 일터에서 죽는다는 사실이 방송이나 신문에 매일같이 나오면 이 나라가 여태 이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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