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편함을 위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지금 자신이 누리는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을 담보한 것이라면 그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죄짓는 일이라고 한 적이 있다. 요즘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사성장군과 그의 부인 모습을 보면 딱 그 짝이다. 검찰청 앞에서 자기는 그냥 아들처럼 생각해서 그랬을 뿐이라는 그 말에 나는 분노하고 말았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자신의 처지를 다른 사람의 처지와 바꾸어 볼 줄 알아야만 진정으로 사람대접을 받는다. 예컨대 자기 아들이 공관병들 처지와 똑같았다면 그래도 부인은 그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가 좌우로 흔들어진다. 아마 난리가 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내 아들이 금쪽같다면 다른 아이도 금쪽으로 생각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이 나라 국방서열 세 번째, 사성장군 부인이라면 최소한 그 정도의 품성을 갖추어야 하는 게 도리다. 지켜볼수록 그런 남편의 권력을 등에 업고 아들처럼 생각한 사병들에게 그것을 휘두른 부인이나 온갖 잡심부름을 시킨 남편이나 둘 다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만약 전쟁이 나면 선조임금처럼 제일 먼저 나라를 버리고 달아날 사람이다. 이런 장군에게 나라를 맡긴 국방의 책임자들은 참으로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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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도 애국심이 생기고 기꺼운 마음으로 입대하려 할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윗물이 맑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아랫물은 저절로 맑아지게 되어 있다. 옛말에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바로 할 수 있고 옛일을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밝힐 수 있다"고 했는데 적어도 그들이 이런 말 한마디만이라도 가슴에 담아두거나 머릿속에 기억하고 살았어도 오늘 같은 부끄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어느 분야든 계급 높은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늘 남의 일이라고 여기던 일이 바로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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