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를

난생처음 여행할 때

우리 정부에서는

북한을 압박한다며

북한 식당에 가지 말랬는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리는 조선 음식 먹으며

조선 노래 들으며

시도 한 수 읊조리고

춤도 추었지

정권이 바뀌어

워싱턴을 처음 방문한

신임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만나서

만찬을 하며

계속 북한을 압박하자고 합창을 한다

빼빼한 가족이

북한을 통과하지 못하고

속초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상륙하여

버스로 시베리아를 가로지를 때

지평선이 둥글게 느껴지는

사람 하나 볼 수 없는 그 곳에서

승합차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와

대뜸하는 말

"어, 우리 사람이네."

빼빼한 가족

너무 놀라서

반갑기는 한 참 뒤이고

말을 잇지 못 했네

시베리아 도로 공사장

노동자로 와서

다시 휑하니 떠나는 그들에게

일회용 라면 몇 개 나누는 것

잊지 않았네

동포여,

어디서든지

사는 데까지 살으시라

그래야

우리가 땅별 어디서든지 만나면

"아, 우리 사람이네."

반가울 게 아닌가?

이순일.jpg

형제여,

이 세상 어디서든지

끝까지 살아남으시라

그래야

우리들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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