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책읽어주는봉사단 베이비부머세대 공헌 활발…건강·노후생활 만족도 상승

"봉사를 하려고 왔는데요, 오히려 자아를 찾게 되네요."

최종자(65) 씨는 지난 11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동 마산성로원을 방문했다. 종자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산YMCA 책읽어주는문화봉사단에 참여했다.

종자 씨는 42년 결혼생활을 하고 두 딸을 시집보냈다. 아직 아들 장가를 보내는 일이 남았지만 종자 씨는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이어 지난해 2월 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종자 씨는 이왕 배우고 익힌 것을 다른 이를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금희(62) 씨도 비슷하다. 금희 씨는 2년 전 사회복지사로 퇴직하고 쉬고 있었다. 금희 씨는 '찾아가는 한글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책읽어주는봉사단은 그 과정에 서있다.

이들은 그림책을 들고 이날 마산성로원을 찾았다. <고릴라 할머니>는 할머니가 젊었을 때 가마타고 시집을 가고 빨래터에서 빨래하던 그림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강사들은 그림책을 펼쳐 어르신들에게 이야기 선물을 풀었다.

11일 마산성로원에서 마산YMCA 책읽어주는문화봉사단 달보드레 이금희(오른쪽) 강사가 어르신과 그리기 교육을 함께 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어르신들은 반쯤 감긴 눈으로 아련하게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들은 연지곤지 찍고 시집가던 날 부끄러워서 신랑 얼굴도 못 쳐다보던 기억, 빨래하고 여름이면 풀 먹이던 일을 떠올리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종자 씨와 금희 씨는 마산YMCA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을 받아 추진하는 '책읽어주는문화봉사단'에 함께 하고 있다. 복지 수혜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실버세대'가 독서봉사활동으로 직접 사회복지사업에 나선 것이다. 마산YMCA는 봉사단 이름을 달달하고 보드랍게하는 뜻인 '달보드레'로 정하고 강사 22명을 양성해 올해 12월까지 지역아동센터 14곳, 요양기관 4곳, 장애인기관 2곳에서 사업을 펼친다. 강사들은 3개월 동안 매주 목요일 3시간씩 36시간 훈련을 거쳤다. 강사로 나서는 이들에게는 교통비로 회당 2만 5000원을 지급한다.

종자 씨는 "요양시설에 비슷한 연배도 있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 정신건강과 노후생활에 대한 만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마산YMCA 김서현 사회교육부장은 "앞으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세대가 사회공헌·NGO 활동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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