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설비 확대로 예비율 30% 훌쩍…대규모 정전 사태 위험 사라져, 원전 추가 건설 명분 약화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에도 전기공급량은 크게 여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원전 반대’ 진영은 핵발전소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전력공급 부족과 전기요금이 폭등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것과 다른 현실이다.

전격거래소가 지난 6일 밝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발전 설비예비률은 34%를 기록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7~8월)에 발전 설비예비률이 30%를 넘어선 것은 2003년 7월(30.3%)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발전 설비예비률은 전체 발전 설비용량(올해 약 113GW) 가운데 전력 피크에도 가동되지 않는 예비 발전설비 비중을 말한다. 발전설비에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말해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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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모습./연합뉴스

예방정비 발전소 등을 제외한 실제 공급예비률도 지난 7월 12.3%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9.6%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별 공급예비률을 보면 최대 42%(7월2일, 7월30일)를 기록했다.

이처럼 설비예비률이 높아진 것은 전력 수요는 제자리 걸음 수준이지만 전력 공급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전기수요의 최대 피크치는 84.59GW(7월 21일)로 역대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한 지난해(85.18GW)와 큰 차이가 없다. 당국은 여름철 피크전력 수요를 떨어뜨리려 사전에 계약을 맺은 업체들에게 전기 사용을 축소하라는 ‘급전 지시’를 지난달 두 차례 내리기도 했다.

반면 전력설비는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고리원전 1호기 등 발전소 5기가 폐기되면서 약 2GW 규모 설비가 줄었지만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발전소 18기가 약 15GW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올해 7월 말을 기준으로 설비용량은 113GW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GW 증가했다.

소비 절정기에도 전기가 부족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블랙아웃 등 대규모 정전사태 발생 위험 감소는 물론, 신규 원전 건설 명분도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발전소를 지속적으로 늘려온 반면, 전력수요 증가율은 1%에 그치고 있어 전기가 남아도는 현상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탈원전, 탈석탄 등 에너지 정책 전환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패러다임을 변환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최대전력수요가 늘어날 때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보다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를 줄이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는 발전소를 더 지을게 아니라 수요관리 잠재량이 풍부한 우리나라의 수요자원시장을 활성화해야한다”며 “발전소 건설보다 수요자원시장 활성화가 더 이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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