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영화감독 창녕 북 콘서트
<동물과 행복한 세상 만들기>
어린이 눈높이로 '생명' 조명
동물과 사람의 관계 일깨워
공장식 축산 방식 지적도

Q : 고등학생 2학년으로 사육사가 꿈이다. 우연히 TV 영상을 통해 동물원 현실을 알게 됐고,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됐다. 동물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 동물을 잡아서 전시하는 행위는 인간들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졌다. 먼 거리 쉽게 이동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지어진 시설이다. 지금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 대부분 야생에서 활동한다. 원숭이, 오랑우탄은 숲이 우거진 밀림에서 생활한다. 물개, 돌고래는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고 코끼리는 물과 진흙 속에서 산다. 그런데 시멘트 바닥과 벽면에 갇혀 습성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 무리 속에서 가족과 함께 사회생활 해야 되는데 인간들에 의해 분리됐다. 동물원은 멸종 위기 야생동물 보호 위한 복원, 보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9일 창녕 대합면 개똥이 마을책방에서 열린 임순례 감독의 <동물과 행복한 세상 만들기> 북 콘서트에 참가한 어린이 관객. /문정민 기자

Q : 개를 식용하지 말라고 주변인들에게 말한다. 그러면 소, 돼지도 먹지 말아야지, 왜 개만 먹지 말라고 하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 땐 어떻게 얘기해야 되나?

A : 개는 인간과 스킨십, 우정을 나눈 친숙한 동물이다.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개를 먹는 인식이 부정적이다. 선진 이미지인 한국이 개고기가 자랑스러운 음식문화라면 각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 대접할 일이지 왜 안 내놓겠느냐. 개뿐 아니라 우리가 먹는 고기 양을 줄여야 된다. 우선 개라도 먹지 말자는 거다.

임순례 영화감독이 창녕에서 북 콘서트에 참여한 관객과 나눈 대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로 잘 알려진 임 감독은 최근 낸 <동물과 행복한 세상 만들기> 책을 들고 지역민과 마주했다. 9일 오후 5시 대합면 개똥이 마을책방 옆 작은 마당. 임 감독은 책 <동물과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발간한 '리잼' 출판사 대표와 개똥이 마을책방을 운영하는 우창수 대표의 인연으로 창녕에서 북 콘서트를 열게 됐다고 한다. 지난 6월 발간한 <동물과 행복한 세상 만들기>는 임 감독이 보고 듣고 겪은 동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바쁜 영화 촬영 일정 탓에 3~4년 걸려 글을 썼다고.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생명 존중의 정신과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

한 어르신이 손자에게 선물할 것이라며 책에 감독 사인을 받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대표를 맡고 있는 임 감독은 이날 행사에서 동물보호 활동을 하게 된 연유를 밝혔다.

"어렸을 때 동네 개들이 나무에 매달려 몽둥이찜질을 당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했다. 등하굣길 마중 나오거나 배웅해주던, 친구처럼 지내던 개들이었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개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너무 슬펐다. 어른이 되어 너무도 미안함을 느꼈던 동물 친구들 위해 작은 일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임 감독은 동물에게도 복지가 있으며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 농장에서 태어난 개들은 땅을 한 번도 못 밟고 도살당하거나 죽음을 맞이한다. 좁은 철장 안에서 평생을 산다. 기본적인 움직임조차 허락되지 않는 아주 좁은 공간이다.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임 감독은 인간들 욕심으로 행해지는 공장식 축산 방식도 지적했다. 더 많은 육류를 섭취하고자 마구잡이로 키우는 방식은 동물에게도 안 좋을 뿐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고 결국 인간들에게도 해를 끼친다고. 마지막으로 임 감독은 때론 인간들에게 애정을 주고 외로움을 덜게 해주며 깊은 충성심까지 드러내는 개들에게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해줘야 할지 생각하기 바란다며 북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이날 주매마을에서 왔다는 14살 김세은 양은 "개 2마리 집에서 키운다. 외할아버지가 맨날 마당에 묶어둔다. 집에 가서 풀어달라고 말하겠다. 동물들이 사람들에게 학대당하고 죽어선 안된다. 자유를 줘야 된다"며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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