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계획의 근거로 삼는 목표인구를 제멋대로 과다하게 설정하던 제도와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생겼다.

국토교통부는 자치단체가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목표 연도 인구를 통계청 추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시·군 기본계획 수립지침을 개정했다. 자치단체가 목표 인구를 뻥튀기하여 도시계획을 추진하다가 결국은 난개발과 재정악화, 주민갈등을 잔뜩 가져온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어서 바람직해 보인다.

그동안 도내 시·군들이 시행 중인 도시계획을 보면 목표 인구를 황당할 정도로 부풀려 놓고 도시개발을 추진하는 폐단이 있는 데도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뾰족한 대책 없이 나라 전체가 인구절벽의 위기를 맞았는 데도 자치단체마다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하고 정책을 펼쳐 왔으니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목표 인구를 과도하게 설정하여 예산낭비,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 도시공간의 난개발·과개발과 주민 삶의 왜곡이 일어난다는 지적을 받은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목표 인구를 한번 설정하면 각종 개발사업의 규모를 기계적으로 결정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택지·공단개발면적을 늘릴 수 있고, 주거·상업지역 등 시가화 용지 면적도 높게 잡을 수 있다. 당연히 국가 예산 배정 때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으니 지자체마다 무리하게 목표 설정하는 관행이 고쳐질 리 없었던 것이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목표인구를 현실적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어 도시계획의 기본 틀이 크게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논리에 빠져 도시계획을 무분별하게 밀어붙인 지역 정치인들과 개발주의자들, 그리고 소위 유사 전문가들이 있는 한 난개발이나 과개발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침이 바뀌었다고 눈치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토지와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주민의 사회문화적 생활양식을 우선 고려하는 도시계획의 합리적 성찰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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