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딸 쌍둥이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직장여성으로 지내는 나는 올해 1월 25일 자로 농협경주교육원으로 발령 났다.

경주는 나에게 수학여행지, 석굴암과 불국사가 전부라고 생각되었던 곳이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 아주 많이 다르게 다가온다. 하루의 교육과정이 마감되고 저녁이 되면 이것저것 생각도 정리하고 몸무게도 유지하고자 보문호수를 한 바퀴 돈다. 혼자라서 좋은 점도 있지만 가족 생각이 너무 많이 난다. 함께 이 좋은 곳을 거닐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여름휴가도 어김없이 해외족들이 늘어 공항이 만원이고 최고 인원을 경신하고 있다.

유치원에서도 숙제로 가족과 함께 여행 다녀온 곳을 사진과 함께 제출하라고 한다. 대부분이 해외사진들이다. 견문도 넓히고 다양한 체험도 하는 해외도 물론 좋지만 경주를 꼭 추천하고 싶다.

윈스턴 처칠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했다 신라 천 년의 역사를 품은 경주는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유적지이며 아직도 발굴이 진행 중인 땅이다. 우리 역사와 대화를 할 기회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학창시절엔 친구·선생님과 함께 현장학습으로, 나이가 들어 연인·가족·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경주는 봄엔 벚꽃, 여름엔 물놀이공원으로 그리고 무섭지만 지진으로 유명하다. 봄 벚꽃 시즌과 여름휴가 때 잠깐 빼고는 워낙 조용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경주의 매력은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할수록 진하게 뿜어져 나오는데 말이다.

천 년의 유적은 너무나 방대하게 흩어져 있어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싶지만 시간이 맞지 않은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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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 연인들이 유적지 현장을 구분해서 담당 해설사가 되어 보는 것도 경주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단순한 관광이 아닌 소통의 수단으로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기회의 경주여행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해외배낭여행을 다닐 때는 꼭 책자나 인터넷검색을 통해 많은 준비를 하고 간다. 국내 경주여행도 그 정도의 애정을 담아서 둘러본다면 남다른 애정이 생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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