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계속되는 폭염으로 더위를 피해 실내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현재 나는 영화관 아르바이트와 미술관 전시 보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휴가철이었던 저번 주에는 가족단위로 많은 손님이 두 곳을 찾으셨다. 난 한때 유치원교사를 꿈꿨던 만큼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영화관과 미술관을 찾는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손님들의 작품감상과 영화관람을 방해하는 아이들의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지르고 심지어 작품에 손을 대기까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그런 아이들을 제재하지 않는 부모님들이다.

미술관에는 의외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손님들이 많다. 그 모습은 굉장히 좋아 보이지만 아이들은 정적인 작품들에 금세 싫증을 낸다. 나가자고 큰소리로 고집을 부리거나 아예 바닥에 누워 떼를 쓰기도 한다. 이럴 경우 내가 제재를 하기 전에도 부모님이 조용히 혼내는 일도 있지만 그냥 내버려둬 놓고 작품만 감상하는 부모님도 있다. 한번은 옻으로 만든 작품이 신기해서인지 작품을 만져보는 엄마와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바로 달려가 만지시면 안 된다고 했지만 엄마는 만지지 않았다며 능청맞게 웃으면서 넘어갔다. 그러한 행동을 막는 게 내 역할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전시 예의라는 것을 지키지 않는 이들을 보면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것과는 별개로 요즘에는 아이들을 극도로 사랑하는 것을 넘어 자기 자식만 아는 이기적인 엄마, 아빠들을 맘충, 빠충으로 칭한다. 나는 '~충' 이라는 말을 원래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말을 우리를 낳아준 부모님께 붙인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일상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을 보며 그 말이 생겨난 이유가 이해됐다.

불과 며칠 전, 나는 영화관 검표대에서 티켓 안내를 해주고 있었는데 엄마, 아빠, 아들 이렇게 세 가족이 영화를 보러 왔다. 근데 티켓에는 성인 2명밖에 끊어져 있지 않았다. 규정상 48개월 미만의 아기, 즉 4살까지는 부모 중 한 명이 안고 본다는 조건하에 좌석 없이 무료입장이 가능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아들은 그 나이대로 보이지 않아 나이를 물어보니 7살이라고 했다. 그래서 난 당연히 청소년으로 티켓을 하나 더 끊으셔야 한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아빠가 왜 안되냐고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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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영화를 자주 보러 오는데 올 때마다 그렇게 들어갔다.', '내가 무릎에 앉혀서 보겠다는데 왜 안되냐?', '당신이 잘 모르는 거 아니냐?'라며 따졌다. 난 순간 당황했지만 4살 위로부터는 충분히 영화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관람료를 받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자 아빠는 아들이 무서워서 혼자 앉아서 못 본다며 자기가 안고 봐야 한다고 했다. 난 규정대로 안된다고 했고 일이 더 커지기 싫었던 엄마가 결국 티켓을 끊어오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아빠는 영화를 다 보고 나올 때까지 나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아이들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는 말과 행동은 자식을 너무 사랑해서라는 말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마냥 오냐오냐 자란 아이들은 결국엔 부모 얼굴에 먹칠하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면 따끔한 훈육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가 나중에 커서 부모님의 사랑은 물론 주위사람들의 사랑까지 받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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