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3124억 확보 알뜰재정 덕분…빚 없는 도시"홍보
시민단체 "복지·환경 분야 미집행"재정 신뢰도 비판

진주시가 순세계잉여금(매 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에서 생긴 잉여금)을 3124억 원이나 확보했다는 발표를 한 이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시는 지난달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가 지난해 세입에서 필요한 지출을 다하고도 일반회계에서 3124억 원이라는 순세계잉여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는 "잉여금이 많다는 것은 건전 재정 운영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난해 도내 시 중에서 처음으로 빚 없는 도시가 된 데 이어 순세계잉여금까지 남기면서 재정운영에서 겹경사를 맞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는 그동안 알뜰재정 운영을 통해 민선 5기 취임 전 종합경기장 건립 등에 따른 채무 1156억 원과 사봉산업단지 조성, 신진주 역세권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발행한 생산성 채무 1422억 원 등 2578억 원의 빚을 전액 상환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은 혁신도시와 유망 기업유치 등으로 성장도시로 바뀌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지역경기 호조 등으로 세입이 크게 늘고, 지역 역점사업인 우주항공, 뿌리, 세라믹 산업 육성 등 대규모 현안사업에 국가 예산을 가져오면서 시 예산을 많이 아낀 결과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 시민단체인 '2018 희망 진주시민의 길'이 10일 3000억 원이 넘는 순세계잉여금을 확보했다는 진주시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현 기자

시는 "선심성, 낭비성, 불요불급한 예산을 쓰지 않은 것과 '좋은세상'이라는 좋은 제도를 통해 시 예산은 아끼면서도 전국 제일가는 복지도시를 만들었다"며 "잉여금은 내년부터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는 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예산을 남기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18 희망 진주시민의 길이라는 시민단체는 10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시장은 해괴한 논리로 자신의 무계획, 무능력을 자랑으로 바꿔치기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엄청난 돈을 순세계잉여금으로 남겼다는 소식을 듣고 진주시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이는 지난해 전체 예산의 25.1%이며 특별회계에서 사용하지 않은 711억 원을 보태면 무려 3800억 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약속하고 걷은 세금을 사용하지 않고 남긴 것이며, 더 기가 막힌 것은 복지와 환경 보전, 농업 등의 분야에 집행했어야 할 돈을 '앞으로 진주대첩 기념광장 등 건축 토목사업에 사용하겠다'는 이창희 시장의 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순세계잉여금을 전체 예산의 몇% 이내로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5~10%가 일반적이며, 이 범위를 초과하면 지자체 재정운용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하고 재정운용 미계획성과 비예측성이 염려된다"고 지적하면서 "실제로 창원 7.1%, 사천 8.1% 등인 데 비해 진주시는 3배에 달한다"라고 지적했다.

류재수 시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방정부 예산은 경영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돈을 남기는 게 좋은 게 아닌 것"이라며 "예산이라는 것은 만들어진 예산을 적재적소에 잘 편성해서 그걸 잘 쓰는 것이 지방정부 역할이고 목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해 오던 일을 충실히 하더라도 돈이 3000억 원이 남는다는 얘기는, 남는 예산만큼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면서 "어떻게 보면 심각한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의령과 거창군은 순세계잉여금이 15%를 넘고, 경기 구리시(21.5%), 인천 연수구(25.5%)는 진주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예산을 다 안 쓰고 순세계잉여금으로 많이 남겼다고 지적하는데 공공예산이라고 있는 대로 지출하는 것은 맞지 않다. 순세계잉여금은 필요 시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여유자금으로 앞으로 대규모 역점사업의 시기에 맞춰 유용하게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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