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시련, 가장 찬란한 선율로
비통한 시절 쓴 '당당한' 교향곡
평화·형제애 담은 '환희의 송가'
무수한 사연 속 남긴 인류의 유산

웬만한 클래식 공연은 베토벤 곡 하나를 바탕에 깔고 간다.

자주 연주되는 만큼 관객 귀에는 친숙하지만, 음악가에게는 애정의 대상이자 큰 벽에 가깝다.

올해는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맞아 그를 예찬하는 공연이 줄을 잇는다.

마침 클래식 칼럼니스트 이채훈도 최근 '클래식 400년의 산책' 시리즈 두 번째 책을 펴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라는 이름의 책은 클래식 역사에서 최초의 자유 음악가인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집중한다.

올해 <경남도민일보> 기사에 등장한 베토벤 곡을 추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곡과 연관된 사연을 살펴봤다.

먼저 교향곡 2번 D장조 Op. 36이다. 씩씩하고 당당한 이 교향곡은 베토벤이 가장 고독하고 비통한 시절에 만들어졌다.

이 곡을 작곡한 때는 1802년 여름부터 가을까지다. 베토벤이 그해 10월 6일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남기기 직전이다.

베토벤은 유서에서 자신이 죽기 전 겪은 수많은 질병과 고통의 원인을 자신이 죽은 후 부검으로 밝혀주길 바랐다.

극도로 악화한 건강을 이유로 베토벤은 빈 교외 마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요양을 한다.

이후 25년을 더 살았지만, 이때 베토벤은 죽음을 염두에 뒀으리라.

책은 "교향곡 2번은 베토벤이 자신의 젊은 시절에 바치는 찬란한 오마주"라고 말한다.

이 곡은 오는 24일 오후 4시 창원대 글로벌평생학습관 1층 강당에서 열리는 창원국제실내악축제 '3색 캠퍼스의 하모니'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사랑 앞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인간적 운명을 받아들인 베토벤은 교향곡 7번 A장조 Op. 92를 남긴다.

베토벤은 1812년 불멸의 연인인 안토니 브렌타노에게 편지 3통을 썼다. 친구 프란츠 브렌타노 아내다.

현실의 벽 앞에 베토벤은 사랑 고백과 함께 마음을 정리한다.

마침 같은 해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원정이 실패로 끝나면서 베토벤은 혁명의 꿈마저 잃는다.

1813년 전쟁 희생자 자선음악회에서 초연한 교향곡 7번은 "거침없는 리듬의 향연"이자 "숭고한 도취를 통한 삶의 카타르시스"를 보여준다.

교향곡 8번을 쓰고 나서 10년이 지나도록 새 교향곡을 발표하지 않던 베토벤은 1824년 2월 교향곡 하나를 완성한다.

교향곡 9번 D단조 Op. 125, '환희의 송가'다. 인류의 평화와 형제애라는 거룩한 메시지를 담은 명작이다.

베토벤은 4악장 마지막에 네 명의 독창과 4부 합창을 넣었다. 교향곡 역사에 처음 성악이 등장한 곡이다.

교향곡 9번 초연 현장 분위기는 영화 <카핑 베토벤>으로 엿볼 수 있다.

사보를 맡은 안나 홀츠가 베토벤에게 사인을 보내면 그에 맞춰 베토벤이 지휘하는 묘사가 나오는데, 이 설정은 허구라고.

이날 전체 지휘는 미하엘 우믈라우프, 악장은 바이올리니스트 슈판치히가 맡았다고 한다.

베토벤은 첫 박자로 빠르기를 지시하고 상징적 지휘로 머물렀다.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청력 상실이라는 시련 앞에서도 음악을 향한 열정을 토해낸 베토벤.

이날 연주에 흥분한 관객이 열렬한 박수를 보냈으나, 듣지 못한 베토벤은 가만히 서 있었다. 결국 알토 독창자인 카롤리네 웅어가 베토벤을 돌려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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