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직원 단체장 눈치 봐야 하는 현실
인사권 분리 문제 이젠 풀어야 할 숙제

진주시와 시의회의 불편한 관계가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이인기 의장이 당선하면서 예상은 했지만 의외로 길다. 급기야 시의원과 시장이 의회 내에서 충돌했고, 예산 삭감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최근에는 인사권 문제로 다시 충돌하는 양상이다. 시의회 사무국 간부의 인사권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핵심이다.

의회는 지난달 19일 시가 4·5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의회사무국장 등을 임명하자 이에 반발했다. 의장단은 지방자치법 91조 2항에 명기된 '의회 사무직원은 지방의회의 의장의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라는 조항에 근거해 '협의가 미진했다. 의회의 추천권이 묵살됐다'면서 25일까지 인사를 철회하라고 최후 통첩을 했다.

이에 시는 "지방자치법의 조항은 강제규정이 아니며 직원의 인사는 시장의 고유 권한이라 철회할 수 없다"라며 거부했다.

의장단은 26일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시와 의회 간 견해차에 대해 시의회는 법적 대응을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섰다"라고 밝힌 뒤 "의회는 감사원 감사청구와 함께 지방자치법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와 법제처에 법조항 법령해석을 요청했다"고 했다.

또 "앞으로 시의회는 불통인사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한편 중앙부처의 법률해석 회신에 따라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시의회 사무국 직원 추천에 관한 조례제정 등 조만간 다각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보도자료가 나온 지 보름 정도 지났지만 아직 시의회의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럼 왜 시의회는 머뭇거릴까? 바로 지난 2015년 제주도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법원이 제주도의 손을 들어준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판결의 요지는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권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의 대표자인 의장에게 부여된 공법상의 권한에 해당할 뿐 이를 항고소송을 통해 그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 권리라고 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즉 의장에게 인사권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제주도의회는 '제주특별자치도 의회사무처 직원 추천 등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문제는 이런 조례도 집행부에서 지키려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갈등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의미에서 차제에 지방의회 사무국의 독립을 추진해 이런 갈등을 근원적으로 없앨 제도적인 보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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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직원이 인사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보는 현 제도하에서 의회는 항상 집행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진주시의원 1명이 1500명이 넘는 공무원을 상대해야하는데 우리 식구마저(?) 우리 편이 아니라면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부터 고민했던 의회 조직 독립(분리)라는 숙제를 다시 한번 끄집어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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