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지시로 각 시군구 선관위 곧 투표지 등 자료 폐기
시민단체 "국정원 대선개입 조사 마무리 될 때 까지만이라도 보관해야" 반발

중앙선관위가 지난 7일 각 시·군·구 선관위에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지 등 관계서류를 폐기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각 시·군·구 선관위에서는 보관 중이던 투표지, 투표지 이미지(스캔) 파일 등 관계된 서류 일체를 소각할 예정이다.

중앙선관위 공보국 백수훈 사무관은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 4월 27일 대법원에서 18대 대통령 선거 무효소송이 각하됐고, 우리 위원회에서는 이후에도 검증 요청에 응하기 위해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지와 관계서류를 보관하고 있었지만 추가적인 검증 요청이 없어 이를 폐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행 선거법 186조에 “(선관위는)선거에 관한 모든 서류를 그 당선인의 임기중 각각 보관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3월 10일 이후 선관위가 해당 서류를 보관할 의무는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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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각 시군구 선관위로 보낸 폐기 지시 공문./정병진 제공

이에 대해 선거감시단체인 ‘시민의 눈’ 김상호 제안자(대표 격)는 “선관위와는 18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문제가 되는 17~25개 지역구 투표지를 검증하기로 논의 중에 있었다”며 “문제 되는 지역을 먼저 검증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전수조사를 하려고 했었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검증요구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비용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시민단체와 논의 중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최근 국정원이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규모 댓글 알바단을 운영한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최소한 국정원이 투개표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투표지와 자료는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대 대통령 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여러 논란이 있어왔다. 특정 지역 개표가 이뤄지기 전에 개표방송에 결과가 나오거나, 미분류표 비율이 높게 나타나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영화 <더 플랜>이 제작되기도 했다. 이에 시민 6600여 명이 2013년 1월, 18대 대통령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4년 넘게 한 차례의 심리도 열지 않고 지난 4월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법률상 실익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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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선관위가 폐기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지./정병진 제공

이밖에도 지난 6월에는 전국 251곳 선관위 가운데 85곳에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지 이미지(스캔)파일이 분실한 것으로 드러나 일부 선관위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투표지 이미지 파일은 모든 기표된 투표지를 이미지로 스캔해 저장한 파일로 선관위는 “투표지에 준하는 중요한 문서”라며 정보공개청구에 불응하기도 했다.

한편 각 시·군·구 선관위는 중앙선관위의 지시에 따라 곧 투표지와 관계서류를 파쇄·소각할 방침이며, 여수시 선관위 등 일부 선관위는 폐기를 마무리했다. 결국 18대 대통령 선거 투·개표와 관련된 의혹들은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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