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어컨 실외기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최근 창원과 진주에서 연속으로 발생하였다. 즉, 실외기가 부적절하게 설치되거나 제품의 노후화로 전선이 갈라지거나 모터 과부하 등과 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실외기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경남에서만 5건이 발생하였고, 전국적으로 보면 50% 이상이 여름철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에어컨과 같이 다량의 열이 발생하는 제품의 사용을 두고 소비자인 시민들에게 주의만 요청하는 건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다. 현재처럼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면서 시민들의 자제력에만 의존하는 대책은 사회적 안전문제에 대한 행정적 집행과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만 주고 있다. 즉, 제품 소비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이미 사용료를 각자의 몫으로 하고 있으며 그것도 누진세 적용까지 받으며 지불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행정관청이 해야 할 관리와 책임까지 시민에게 떠넘기는 건 예의가 아니다. 쉽게 말해 문제가 있는 실외기 설치에 대한 기술적 판단은 결코 시민의 몫이 아니라 지식이나 기능을 가진 전문가의 몫이다. 물론 소방당국이나 지자체의 입장에선 실외기 설치까지 점검하고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인원의 부족을 애로로 들 수 있다. 하지만, 관리와 감독이 부실하여 사고가 발생한다면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에어컨 실외기 설치와 관련해서는 이미 다양한 종류의 민원이 존재하고 있다. 즉, 인도에 맞닿은 곳에 설치된 실외기는 여름철 불쾌한 더운 공기를 거리를 통행하는 보행자에게 직접 방출하기도 하면서 소음공해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실외기 설치와 관련된 각종의 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사회적 안전에 대한 매뉴얼이 문서로만 존재해서는 곤란하고 오히려 현실 적용의 가능성과 범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은 나아가야 한다. 현실에서 적용이 잘되지 않는 문제를 두고 시민 의식수준이 저급하다고 섣불리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다시 말해 안전대책을 무시하여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는 게 현실이라면 벌금이나 징벌만 강화할 게 아니라 무엇 때문에 잘 지키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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