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탈원전 정책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 구성이 추진된 이후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쟁점으로 변하는 양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핵발전소가 밀집한 경남과 부산, 울산 지역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반대 의견이 찬성과 엇비슷해지고 있는 것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정책의 정치쟁점화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탈원전이 여당의 경남·부산 지방선거용이라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듯하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 건설 예정지 일부 주민들의 건설 중단 철회 요구에서 보듯 탈원전 정책을 선거용으로 폄하하는 것은 성급하다. 당장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나오는 것만 봐도,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표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만만치않은 반대 여론을 부추겨 원전 문제를 빌미로 표심을 계산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안전 문제가 정당의 이해관계에 저울질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한국당 등이 탈원전 정책 반대의 근거로 삼는 것들은 한국 핵발전 기술의 우수성, 핵에너지 의존을 벗어날 경우 전기요금 폭등, 핵발전 비용의 경제성,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의 높음 등 예의 핵에너지를 고집하는 이들이 반복해온 주장이다. 한국의 핵발전 기술이 수출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후쿠시마 참사 이후 세계적으로 탈핵이 추세인 현실에서 기술을 팔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외면한 논리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200억 달러의 원전을 수주했다고 했지만 실제는 9억 2000만 달러에 계약한 사실이 드러난 바도 있다.

정당끼리 정책 경쟁을 하며 여론에 호소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애써 정치쟁점화하여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행태는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350만 도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핵발전소 문제만큼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보수야당은 각성하기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