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출전
폭염특보 발령되면 야외활동 않아야

지난달 25~27일 사흘 동안 창원종합운동장을 비롯해 창원시 일원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전국 하계대회가 열렸다.

SOK는 발달 장애인이 참여하는 국제적 운동이며 비영리 국제 스포츠 기구이다.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누이동생) 여사가 1963년 미국 메릴랜드에서 지적장애인을 위한 일일 캠프를 개최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올해 대회가 열린 창원은 낮 기온이 30도를 훨씬 넘어 폭염 특보가 계속 발령됐다. 실제 26일 오후 제보전화는 "이 땡볕에 아이들 데리고 뭐하는 거냐. 더구나 몸도 성치 않은 아이들을"이라고 했다.

창원종합운동장에서는 육상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100m, 200m, 400m, 800m계주, 1500m, 3000m, 멀리뛰기, 높이뛰기, 투포환 등으로 발달장애인 선수 357명과 지도자 117명 등 47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우레탄 트랙을 아무런 안전수단 없이 달렸다. 특히 3000m 경주는 400m 트랙 7바퀴 반을 돌아야 해 자칫 탈진이나 일사병 우려마저도 제기됐다. 운동장은 태양이 쏟아내는 열기에 우레탄이 발산하는 복사열까지 더해 숨쉬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행사 주최 측은 태연했다. 들어보니 이런 시기에 개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딱하긴 했지만 이런 폭염 속에 아이들을 내모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경기장 주변에 있던 부모들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이 땡볕에 아이들을 내보내 놓고 태연하냐고.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도 뜻밖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해요. 언제 이렇게 함께 어울려 놀아보겠어요?"

얼마 전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 휠체어를 시내버스 기사가 내려서 밀어줬다는 소식이 미담으로 본보에 실렸다. 그날 아침 출근길에서 들은 라디오에서는 휠체어를 갑자기 밀어주면 오히려 당황해한다면서, 밀어드려도 되겠느냐고 물어본 뒤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는 게 좋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장애인은, 장애인이기에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비장애인에 더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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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 우레탄 트랙을 달리는 장애인을 취재하면서도 그런 느낌이었다. 400m 계주를 하는데 빠른 선수는 비장애인에 못지않게 잘 달렸지만, 대체로 초등학생 운동회에서 봄 직한 속도로 달렸다. 하지만 그들 표정은 대체로 밝았으며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도 손뼉을 치면서 즐겁게 응원하고 있었다. '이건 뭐지?' 싶기도 했다. 내가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장애인을 긍휼히 여기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 생각해도 이 문제는 장애-비장애 문제가 아니었다.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바깥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초·중·고등학교 운동부는 제도 탓에 여름방학에 집중돼 열리는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야간에 경기하거나 폭염이 쏟아지는 시간대는 피해서 경기를 한다. 장애인이기에 더 걱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걱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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