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간 지역 안팎서 관객 발길
젊은 연출가·배우 발굴 역할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마지막 밤도 뜨거웠다. 39도까지 치솟은 한낮 기온은 어둠이 깔리도록 쉽게 물러서지 않았지만 밀양연극촌을 찾는 발길은 잦아들지 않았다. 6일 밤 10시 성벽극장 입구에 길게 늘어선 관객들은 객석 보조석까지 채웠다. 폐막작 연희단거리패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달궜다. 100분간 열정을 쏟은 배우들이 땀에 흠뻑 젖은 채 감사 인사를 하자 관객들은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호 섞인 박수를 보냈다. 어느덧 자정을 훌쩍 넘었지만 열기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막 올린 17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가 12일간 일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지난 6일까지 국내외 작품 52편의 114회 공연을 1만 7600여 명이 관람했다. '연극, 그 변화의 힘 대중과 만나다' 슬로건에 맞춰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친근하면서도 수준 높은 공연이 선보였다. 문턱을 낮춘 프로그램은 폭염 속에도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였다. ▶7월 26일 자 18면·8월 4일 자 17면 보도

아리랑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개막작 뮤지컬 <완득이>를 비롯해 <세일즈맨의 죽음>, <안데르센-눈의 여왕>, <홍도야 울지마라> 4개 작품은 8회 공연 모두 일찍 표가 동나 현장을 찾은 이들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지난 6일 밤 밀양연극촌 성벽극장에서 열린 폐막작 연희단거리패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공연 모습.

젊은 연극인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젊은 연출가전' 경연에는 <플라나리아> 등 10개 작품이 참가해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꽃과 건달과 피자와 사자>가 작품상(밀양시장상)을 수상했다. 연기상에는 도내 극단 미소의 <황혼의 노래>에 출연한 윤연경이 이름을 올렸다. 극단의 극단 <플라나리아>의 이호웅, 연극술사 수작 <너, 돈끼호테>의 이진철, 극단 인어 <극장 속의 인생>의 한규남도 함께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대학극에서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의 <20세기 소년소녀창가집>이 대상을 받았다.

휴가철과 방학을 맞아 외지인들도 축제 마지막 밤을 함께 장식했다. 대구에서 딸과 사위와 함께 공연예술축제를 찾은 60대 여성은 "문화예술 공연이 활발한 대구와 또 다른 느낌이다. 소담스럽고 색다르다. 좋은 인상을 가지고 돌아간다"며 내년에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 용호동에서 온 40대 시민은 "이윤택 감독이 연출한 작품을 관람하러 왔다. 공연도 분위기도 좋았다"고 전했다. 밀양 가곡동에서 온 50대 직장인은 "우리고장 자랑거리다. 각 지역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공연문화를 즐기고 싶다. 남편도 한두 번 보고 하더니 이제는 안 가냐고 물어볼 정도다"고 호평했다.

한편 관람객들은 홍보와 교통편을 아쉬워했다. 작품 정보와 설명이 충분치 않아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고. 대중교통 이용도 열악하고 주차장이 협소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공연 전 성벽극장 입구에서 길게 줄을 선 관객들. /문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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