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에 건네준 떡 한 봉지의 기쁨
매미 오덕 생각하며 한여름 지냈으면

유난히 매미 소리가 큰 여름밤이다. 2년 전에 동반 입대하여 함께 전역한 제자들이 찾아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직 전역한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환하게 웃는 제자들이 자랑스러웠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더 씩씩하고 건강하게 돌아온 학생들이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라 걱정, 취업 걱정, 집안 걱정, 아르바이트했던 이야기, 복학해서 앞으로의 학교생활 이야기 등을 들으며 그들이 무척 어른스러워져서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제자가 한 이야기 중 한 가지가 자꾸 떠올라 잠을 설쳤다. 매미 소리마저 더 크게 들려왔다. 그 학생은 입대하기 전 아르바이트로 아파트 관리소에서 용역으로 몇 달간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가구별 특징들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아파트 주민들이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많았지만 소수 주민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관리소에서 일하는 사람도 한 가정의 아버지이며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리는 제자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쪽이 아팠다. 그래도 어느 곳이든 성격이 괴팍한 소수의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였기에 군대 생활도 더 잘 견딜 수 있었다며 살짝 웃는 제자의 모습이 의젓해 보였다.

그 제자가 한 마지막 이야기는 감동적이어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여운을 남겼다. 관리소에서 일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점은 택배기사 아저씨들을 위한 작은 쉼터를 마련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한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여러 집 앞에 무거운 택배를 나르는 기사 아저씨들에게 시원한 물이라도 마시며 잠시 앉아 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들을 도와 함께 짐을 나르고, 사비를 털어 음료수를 사서 주었다고 했다. 그들의 고충을 많이 알게 되어서인지 연민도 많았다. 그가 생각한 쉼터는 비록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을지 몰라도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집은 가족이 다른 집보다 많아 택배가 많이 오는 편이다. 나 역시 늘 그분들의 고마움에 만나면 음료수라도 주어야겠다고 늘 생각은 했지만 맞벌이를 하다 보니 잘 실천할 수 없었다. 관리소에 있는 분들에게는 가끔 챙기면서도 택배기사들에게 잘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 전 정오 무렵 떡을 관리소에 주려고 승강기를 탔다가 위층에 물건을 배달해주고 탄 택배기사를 만났다. 땀을 흘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손에 들고 있던 떡 두 봉지 중 한 봉지를 조심스럽게 건넸다. "많이 덥죠? 관리소 아저씨 드리려고 가져가는 떡인데 드시겠어요?" 그는 고맙게 받았다. 다행이었다. 여름에 먹을 것을 선뜻 받는 그의 눈빛이 무척 선했다. 아들 또래의 청년이었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청년의 모습을 보니 안쓰러우면서도 흐뭇했다. 시원한 음료수를 함께 주지 못해 외출하면서 마음이 짠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실천한다면 땀을 흘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시원한 물줄기가 되지 않을까. 생활 주변의 작은 실천들을 하다 보면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얼마 전 평소 존경하는 선생님으로부터 '매미의 다섯 가지 덕'에 대해서 들었다. 중국 진나라의 육운이라는 시인은 매미에게서 다섯 가지의 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첫째가 문(文)으로, 매미는 머리에 관대가 있으니 문의 기상을 갖추었으며, 둘째는 청(淸)으로, 매미는 수액과 이슬을 마시고 살아서 청정함을 갖추었다고 한다. 셋째는 염(廉)으로, 매미는 다른 생명들에게 전혀 해를 입히지 않고 살아가니 청렴함을 갖추었으며, 넷째는 검(儉)으로, 매미는 흙과 하늘, 그리고 나무줄기를 집으로 여기며 살아가며 다섯째는 신(信)으로, 매미는 자신의 할 도리를 지키어 울어대니 신을 갖추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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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다섯 가지 덕을 알고 나니 매미의 울음소리조차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매미의 덕처럼 학식을 갖추며, 청정하고 청렴하게, 검소하며 신의의 덕을 본받아서 소박한 여름을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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