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과 전기요금 상관관계 따져보니
핵발전 원가, 회피 비용보다 크고 사후처리비용 '막대'
탈원전 정책 요금 인상 가져온다는 주장 '논리적 비약'

문재인 정부가 탈핵 정책을 현실화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폭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탈원전, 탈석탄 정책이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한국전력공사 등에 문의한 결과를 통해 "2016년 대비 2030년에는 가구당 연간 31만 3803원이 오른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전력구입단가가 1kWh당 82.76원에서 19.96원 더 올라 전기요금도 그만큼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한국전력의 2030년 전기요금 전망치 가운데 산업용, 상업용, 주택용을 구분하지 않아 생긴 오류로 확인됐다. 대형공장 전기요금과 주택용 전기요금을 모두 합쳐 평균을 낸 것으로 현실과 동떨어진다. 주택용 전기요금만 놓고 보면 증가 예상치는 정 의원이 발표한 월 2만 6000원이 아닌, 월 5200원 수준에 그친다.

◇핵발전소 경제성 낮다 = 정부와 원자력계는 핵발전소에서 만들어내는 전기 생산 원가를 놓고 논쟁 중이다.

논쟁은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2022년 미국에서 1메가와트(MWh)당 핵발전 비용이 99.1달러, 태양광 비용이 66.8달러, 육상 풍력 비용이 52.2달러라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균등화 발전 원가'를 따지면 핵발전보다 신재생 에너지가 싸다는 것이다.

▲ 정부가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속속 발표해 태양열, 조력,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서울시내 한 아파트에서 태양광발전설비 업체가 베란다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원자력계와 일부 언론은 '균등화 회피 비용(LACE)'을 적용하면 신재생 에너지도 싸지 않다고 반박했다. 균등화 회피 비용은 핵발전이 57.3달러, 육상 풍력이 53.2달러, 태양광이 64.7달러다. 이를 근거로 원자력계는 핵발전 회피 비용이 다른 대체 에너지보다 더 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회피 비용은 발전 원가와 함께 비교해야 한다. 회피 비용이 발전 원가보다 크면 그 설비는 경제성이 있다. 반대로 발전 원가가 회피 비용보다 크면 경제성이 없다. 핵발전소는 회피 비용(57.3달러)에서 발전 원가(99.1달러)를 빼면, 마이너스 41.8달러다. 즉, 핵발전을 유지하면 다른 설비로 대체하는 것보다 41.8달러 손해라는 뜻이다.

또 따져봐야 할 부분은 발전단가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된 원전사후처리비용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지난달 26일 7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을 전부 건설하면 사후처리비용만 97조 6289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는 원전이 '싼 전기'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전기요금 폭등 없다 =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탈원전 정책의 전망 및 해외동향 정책토론회'에서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폭등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본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25%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원전이 그대로 있던 프랑스는 40%나 폭등했다"며 탈원전이 전기요금 변동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켄드라 울리히 그린피스 선임 글로벌 에너지운동가도 이날 토론회에서 원전을 줄이면 전기요금이 크게 인상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전기요금이 오른 이유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관리 비용이 올랐기 때문이고, 독일의 전기요금은 기본적으로 세금 비율이 높아 요금 증가의 원인을 탈원전 하나로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화력발전과 원전을 폐쇄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계획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는 원전·화력발전과 달리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좁은 공간만 있어도 설치할 수 있다"며 "지붕에 태양광 패널 하나만 설치해도 그 집 필요전력의 3분의 1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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