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치과-갤러리 리즈디
창원서 프로젝트 '첫발'
발굴·전시·판로 등 지원

갤러리와 기업이 의기투합했다. 젊은 작가를 발굴해 창작열을 북돋우자고 뜻을 모았다.

창원 한서치과와 창원 갤러리 리즈디가 '청년작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서치과가 후원하고 갤러리 리즈디가 기획하는 전시다.

먼저 갤러리가 창원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를 발굴한다. 그다음 기업인이 작가의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내어주고 예술인의 활동을 지원한다. 여기에다 작가의 판로를 함께 찾는다.

배부순 갤러리 리즈디 관장은 "지역 내 역량 있는 젊은 작가의 미적 가치를 지역민에게 알린다. 작가에게는 활동 영역을 확장해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있는 한서치과를 찾았다.

병원 입구에 박준우 작가의 작가노트와 청년작가 프로젝트를 알리는 글이 커다랗게 내걸렸다. 병원 측에서 복도에 갤러리 레일을 설치했다.

이번 프로젝트 시작은 박준우 작가다. 그는 창원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팝아트적인 그림을 그린다. 한지에 채색을 하는 한국화로 소재가 독특하다.

그의 작품은 입구에 하나, 파우더룸에 하나, 접수대에 하나, 진료실로 향하는 복도에 세 작품이 전시됐다.

한서치과 모습. 진료실로 향하는 복도에 박준우 작가 작품이 걸렸다.

배 관장은 "치과 입구가 참 좋다. 디귿 모양의 공간이다. 마침 벽면이 하얘 화이트 큐브처럼 갤러리가 될 수 있다. 비워진 공간에 그림을 채워놓는 게 아니라 그림을 위한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서치과를 둘러본 박 작가는 "내 그림을 내걸 수 있는 전시공간(갤러리)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주변 작가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더없이 반갑다"고 했다.

무엇보다 청년작가 프로젝트는 전시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판로를 함께 고민한다.

상업갤러리 수가 적은 창원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상품을 팔고 지역민이 그림을 사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청년작가 프로젝트는 '과감히' 작품 가격을 명시한다. 박준우 작가 작품 옆에 달린 작품 이름표에도 가격이 표기되어 있다.

한서치과는 많은 시민이 오가는 병원에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안내한다.

이에 대해 김창목 한서치과 원장은 "이런 일들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했다.

한서치과 입구 모습. 청년작가 프로젝트를 알리는 글이 내걸렸다. /이미지 기자

김 원장은 "가까이 고운치과의 고운갤러리가 있어 자주 갔다. 아트페어도 둘러봤다. 이름없는 작가들의 힘든 현실을 공감한다"며 "오히려 우리가 더 좋다. 치과가 새로워지고 환자들이 그림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리즈디 갤러리는 지역 젊은 작가를 발굴해 키우는 '인큐베이팅(잠재적인 가능성을 포착해 성장을 돕는 것)'을 꿈꾼다. 한서치과는 진료뿐만 아니라 공간에서도 위로를 받는 환자 모습을 상상한다. 젊은 작가들은 먹고사는 게 힘에 부쳐도 붓을 꽉 쥐고 있을 용기가 더 생기길 희망한다.

그래서 청년작가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박준우 작가 전시는 10월 2일까지. 문의 010-4669-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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