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원경환 경남지방경찰청장이 도민에게 드러내 강조한 취임 일성은 여럿이지만 요약하면 '신뢰받는 경찰'로 압축된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건설에 이바지하겠다고 했고, 원칙과 상식이 살아숨쉬는 공동체 형성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또, 법집행을 공명정대하게 함으로써 손해 보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믿음을 주는 경찰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천명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사실 그런 수식어는 상식적이지만, 신선하지는 않다. 전임자들 역시 같은 내용으로 집무태세를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내용은 비슷해도 말하는 사람의 의지와 공권력 행사에 대한 공정성의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파급력은 크게 달라진다. 말로 그치면 공염불이 되겠지만 실천력이 수반되면 힘은 배가된다. 신임청장이 구두선에 머물지 않고 현장 확인행정을 직접 챙기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경남 경찰은 전에 겪어보지 못한 자존감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겨를이 있겠느냐고 발을 빼서는 안 된다.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정의로움이 살아 숨 쉬는 경찰의 손길을 목말라한 지 오래다. 다시 말해 흙수저로 통칭되는 사회 저변층의 상실감을 보듬는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원 청장이 힘주어 말한바 찾아가는 치안행정이 돋보이는 까닭이다. 한편으론 인권친화적인 경찰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주 대상이 돈 없고 힘없는 사람임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원 신임청장은 소위 명문대 출신이 아닌 간부후보생으로 발을 올려 학맥과 관련한 연고관계에는 자유로운 것으로 정평 나있다. 소시민들의 애로와 삶의 고달픔을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얘기다. 이곳 출신이 아니어서 인맥 면에서도 간섭받을 수 있는 여지는 훨씬 덜하다. 그러한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경찰로서의 입지를 세우는데 강점을 가졌다고 할만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일선에서 뛰는 경찰관들이 청장의 복무 철학을 이해하지 못해 몸을 사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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