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朱木)은 영어로 'yew tree'로 활을 뜻한다. 중세 영국의 전설적인 영웅 로빈후드는 주목으로 만든 활을 즐겨 사용했다. 리처드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왕의 신뢰를 얻어 활약한 로빈후드는 리처드 왕이 죽자 포악한 존왕으로부터 토벌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존왕의 부하들과 싸우다가 부상당한 그는 자신이 쏜 화살이 떨어진 곳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화살이 떨어진 곳이 주목의 뿌리 근처였다고 한다. 이 전설을 따른다면 주목의 꽃말인 고상함, 죽음, 비애, 명예가 그럴싸하다. 주목은 주로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아한대성 수종이다. 나무껍질이 붉은 빛을 띠고 속살도 붉어 주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주목(注目)하는 주목이 있다. '관심을 두고 주의 깊게 살피다' '조심하고 경계하는 눈으로 살피다'는 의미로 눈여겨 보게 되는 도청 정문 앞 주목이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6년 6월 '채무 제로 기념 식수'로 심은 사과나무가 시들해지자 주목으로 교체했다. 그 주목마저 말라 죽어가자 뽑고 다시 심은 게 지금 있는 주목이다.

강한 여름햇볕에 나무그늘을 찾고 싶은 요즘, 홀로 그늘막 아래 있는 주목을 어찌 주목하지 않을 수 있으랴. 더불어 정원수가 되지 못하고 독야청청하듯 외따로 떨어진 주목이 안쓰러운 이유는 뭘까.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는 나무는 무슨 죄란 말인가. 홍 전 지사가 죽어가는 사과나무 대신 주목을 심은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소설 속 로빈후드가 머리 위에 사과를 활로 쏜 것으로 유명한 사실을 새삼 떠올리며 두 나무의 연관성을 억지 상상해본다. 사과나무는 홍 전 지사의 바람대로 징비록이 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주목은 겨우 연명하는 듯하다. 홍 전 지사가 떠나고 남은 도청 앞 주목을 보면서 어떻게든 주목받고 싶어하는 홍 전 지사를 자꾸 떠올리게 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비애다.

/정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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