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 사고가 났다. 당시 고용부는 원청 기업이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크레인사고는 사실상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창원 진해구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노동자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중대형 산재사고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타워크레인이나 이동식 크레인사고로 2012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노동자 94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고 한다. 또한, 크레인 사고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중대재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크레인사고의 원인을 작업 위험성과 더불어 작업자의 소양부족과 같은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원인분석으론 크레인사고 예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면, 크레인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먼저 크레인사고는 토지의 지반침하, 물량의 과중 초과처럼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유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러나 공사과정 중에 발생하는 토지의 변화를 무시하는 태도는 작업자의 무지에서 빚어진 비극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공기단축을 강요당하는 기업지배관계가 현장에서는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관철된 결과일 뿐이다. 예를 들어 장마철에는 대지가 습기를 머금으면서 땅은 미끄러울 수밖에 없으며 사고 위험 역시 커진다. 바로 이런 계절적 특성을 이미 잘 아는 업계 관계자라면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발주처가 공기단축을 요구하면 다단계의 가장 마지막 계단에 놓인 하청기업에는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돌아볼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바로 이런 구조적 현실을 무시한 채 사고발생의 원인을 작업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건 후안무치한 핑계 대기와 다를 바가 없다.

작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건 당연한 소리이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소리가 적용되지 않는 현실은 반드시 외과적 수술과 같은 긴급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즉, 고쳐야 할 최우선 대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요인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