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기타리스트, 악기 제조·엔터테인먼트 꿈까지

박해민(42) 민스뮤직(Mins Music) 대표는 음악 관련 활동만 대략 6가지를 하고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음악인이다. 기타를 바탕으로 작곡과 연주는 기본이고, 출판, 레슨, 엔터테인먼트, 악기 제작 등 건드리지 않은 영역이 없다. 박 대표는 "음악 종합회사를 만들어 이전보다 더 발전적이고 진보적인 음악을 창작하고 실력 있는 음악인을 키우는 게 저의 꿈"이라고 말했다.

2002년 무작정 온 서울, 나이트클럽 전전도

Q. 마산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마산합포구 상남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창원고등학교, 부산예술대학(실용음악과) 등 학교도 경남·부산 쪽에서 다녔구요. 아버지 어머니는 원래 의령 분들입니다. 마산으로 이주해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일하시다가 제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0년대 초반 쌀가게를 시작하셨죠. 쌀가게 사업자 번호가 한 자릿수일 만큼 거의 '시초' 격인 가게였습니다."

Q.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 활동을 한 것으로 압니다.

"네. 창원고 밴드인 '엘레강스'에서 베이스기타를 연주한 게 시작이었죠. 그전에는 형이 듣던 스틸하트, 스키드 로 등 메탈밴드 음악을 옆에서 듣다가 통기타를 사고 일렉기타를 샀습니다. 이때까지는 음악을 좋아했을 뿐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엘레강스에 들어가면서부터 연주와 음악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엘레강스에서 베이스기타를 한 덕분에 비교적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베이스기타는 '금베이스'로 불릴 정도로 연주자가 희귀하거든요. 각 대학 밴드 세션 활동을 많이 했고 부산예술대 졸업 후에도 창원에서 밴드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그중 제일 오래 한 것이 '퍼지 박스 바운스'(Fuzzy Box Bounce)였는데 마산MBC 등 각종 음악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며 돈을 벌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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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민 민스뮤직 대표. / 고동우 기자

Q. 서울에 자리 잡게 된 건 언제인지,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27살까지 마산에서 살다 서울에 왔습니다. 그러니까 2002년 월드컵 직후에 왔죠. 나름 지역에서 인지도가 있었지만 음반 녹음과 창작 등 음악 활동 여건이 너무 열악해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는데 그때 병원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대로 살아야겠다, 도전적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할까요? 4개월 동안 입원하고 퇴원 후 밴드와 학원을 정리하고 바로 서울에 왔습니다. 좀 더 나은 음악 활동을 위한 선택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 서울에 뭔가 일거리를 마련했던 건가요? 무작정 가지는 않았을 텐데요.

"아니요. 무작정이었습니다. 버스 타고 서울 와서 홍대 쪽에 월세 집을 구했구요, 다시 마산에 와서 제 차에 짐을 싣고 이사를 했습니다. 이불, 텔레비전, 악기, 옷가지 정도만 챙겨서요. 물론 아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일거리를 찾아서 나이트클럽을 전전했고 그 시간이 2년 정도 지속됐습니다. 그러다 뮤지컬 '렌트' 세션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인맥도 넓히고 일자리도 얻을 수 있게 된 좋은 기회였죠. 그 후 쭉 평탄대로는 아니었고 한 기획사에 들어갔다가 망해서 월급도 못 받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돈이 너무 없어서 술 짝 나르는 일도 하고 노가다 생활도 꽤 오래 했습니다."

Q. 서울과 지방의 음악 활동 여건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납니까.

"마산 실용음악학원에 녹음시설을 만들었는데 시설만 있을 뿐 장비와 녹음을 담당할 엔지니어나 연주자가 없었습니다. 서울 홍대나 강남은 많은 돈이 아니어도 전문 인력·장비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지방은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밴드 데모 앨범 하나 만드는 데도 고생이 너무 심했어요. 음악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가 없고, 연주자가 다양하지 않으니 폭넓은 음악을 할 수도 없고."

유튜브 '박해민의 통기타 연주세상' 인기리 운영

Q. 지금 주로 하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은데.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문어발식' 음악 활동을 합니다. 일단 연주 활동을 하죠. 얼마 전까지도 미사리 라이브 클럽에서 매주 공연했고 가끔 세션에 참여하면서 개인 연주음반도 틈틈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곡·창작도 계속하는데 지금까지 발매된 곡으로는 대중가요 4곡, 연주곡 5곡이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연주음반 디지털 싱글도 발매할 계획입니다. 그 외 하는 일로는 음악 관련 저술, 출판, 엔터테인먼트, 레슨 등이 있습니다. <낭만의 통기타> <밴드스쿨/초급> 등 총 4권을 집필한 저자입니다. 역시 가장 큰 수입원은 레슨인데 학원에서 교습도 하지만 유튜브에 '박해민의 통기타 연주세상'이라는 레슨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악기제조사를 시작하려 합니다. 얼마 전 특허청을 통해 악기 관련 제품 특허를 받은 게 있는데 이를 사업화하려고 준비 중이며 올해 말에는 판매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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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박해민의 통기타 연주세상’ 레슨 영상.

Q. 정말 많은 일을 하네요. 특히 엔터테인먼트나 악기제조사는 돈도 많이 들고 만만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엔터테인먼트는 사실 우연히 하게 됐어요. 광고 음악을 만들어주고 정산을 하려는데 사업자 등록증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허가를 받게 됐고 계속 유지하고 있죠. 소속 가수는 두 명뿐이고 형제 같은 친구들이라 가끔 앨범을 함께 내고 발매·유통을 합니다. 악기제조사는 제가 악기 액세서리를 하나 만들어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타를 세우는 스탠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마침 아는 사람이 특허 관련 일을 해서 서둘러 등록을 했죠. 물론 제조·판매까지 쉽지는 않아요. 최소 억 단위 자본금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Q. 주변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음악인이 또 있습니까.

"제 주위에는 없는 것 같네요. 저술·출판도 그렇고 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돼 여기까지 왔습니다. 먹고 살기 위한 수완이나 감각, 열정이 나름 강한 것 같아요."

음악 종합회사 세워 '진보적인 음악' 하고 싶다

Q. 추구하는 음악, 좋아하는 음악적 색깔·분위기 이런 게 있나요?

"어렸을 때는 시끄러운 록음악이 좋았는데 지금은 조용한 경음악, 즉 연주 음악이 좋습니다. 제 개인 앨범은 다 조용한 연주 음악으로 만들려고요. 가사가 없으면 음악을 들을 때 제 나름의 해석이 가능해 참 좋습니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조용한 게 좋네요. 삶이 시끄럽고 부산해서 역으로 그런 음악을 찾는 건지, 아니면 뭔가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인지 잘 모르겠네요."

Q. 실례되는 말 같습니다만 음악은 왠지 춥고 배고픈 직업, 영역이라는 인상이 있습니다. 박해민 씨는 어떤가요.

"연주만으로 생활하기 힘든 게 맞습니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게 가장 큰 이유죠. 이를테면 세월호 사고나 천안함 사건 같은 게 터지면 모든 공연이 중단됩니다. 너무 잇속만 챙기는 거 아니냐고 볼 수도 있는데, 예술은 또 사람들을 위로하는 기능도 있는 거잖아요. 신나는 음악은 자제하면서 슬픈 음악이라든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라든가 유도리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요즘은 너무 많은 대학 실용음악과에서 너무 많은 연주자를 배출하다 보니 과당경쟁이 됐습니다. 제가 레슨을 많이 하고 문어발식 음악 활동을 하게 된 것도 다 이와 관련이 있죠. 어쨌든 조금이라도 더 안정된 상태에서 음악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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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KBS ‘콘서트 7080’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박해민 씨.

Q. 결혼은 하셨습니까.

"정확하게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했습니다. 가난한 연주자에 집 없고 가진 것 없고… 외모도?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못했으며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인복은 많은데 여자 복은 없네요. 20대 때는 있었는데 너무 일만 한 거 같아요. 여자 친구가 생기면 언제든 해야죠."

Q. 고향은 자주 오가는지, 고향 사람들과 교류는 자주 하나요?

"자주는 못 가고 1년에 6~7번 정도입니다. 일단 명절에 꼭 가고요, 지인들 경조사와 동문 모임 때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등학교 밴드인 엘레강스가 1년에 1번씩 창원에 공연장을 빌려 공연을 하는데요, 이때도 가죠. 학교 동문들, 창원 출신 연주자들과 교류는 너무 잦아서 피곤할 정도입니다. 재경창원고 모임에서 일을 하나 맡고 있기도 하고 또 창원 출신 연주자가 꽤 많아요. KBS '개그콘서트'에서 드럼 치는 형도 있고 장미여관 멤버도 있고."

Q.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연주와 레슨 비중을 줄이고 미래를 위해 출판사와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악기제조사를 키워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음악 종합회사를 만들어 조금 더 발전적인, 진보적인 음악을 창작하고 실력 있는 가수도 키워 함께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하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돈 걱정 안 하고 음악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결국 좋은 음악, 진보적인 음악은 인력이든 돈이든 물질적인 게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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