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통기한

냉장고에 있는 플라스틱 우유병에 희미한 글씨가 적혀 있는 거야.

딸이 볼펜으로 꾹 눌러썼던데 쉽지 않은 작업처럼 보였어

'유통기한이 지났습니다. 이예지'.

다시 보니 3일 지났더군.

엄마·아빠가 모르고 마실까봐 불안했나봐.

마음 씀씀이가 기특하고 고맙잖아.

그래도 대부분 아빠처럼 남은 우유를 마셨어.

3일 지났으니 분리배출인가?

다른 아빠들도 그렇지 않나?

떠먹는 요구르트는 날짜 지나야 아빠에게 넘어오잖아.

"아빠, 날짜 지난 거 왜 먹어?"

"지구를 위해서."

지구를 위한 게 또 자식들을 위한 거지.


(2)지구 지킴이

"아빠, 그만 먹을래."

"그만 먹는다고?"

"응, 배불러."

그러니까 자식들이 참 밥을 애매하게 남겨.

한 숟갈 반 아니면 두 숟갈 반?

한 끼를 대체하기는 애매하고.

그대로 버려서 설거지할 수도 없고.

반찬도 참 애매하게 남겨.

요기조기 뜯긴 생선,

건드린 듯 만 듯한 밑반찬.

결국 다 비비거나 밥을 물에 마는 거지.

가만 보면 아이들이 참 동물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잖아.

가끔 딸은 아빠에게 쓰레기 분리수거를 주제로 훈계도 해.

하지만, 결국 지구를 지키는 쪽은 아빠 같아.

다른 아빠들도 응원할게.

123.jpg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