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새벽시장서 제품 구입, 로컬푸드 지향·친근함 매력…"동네슈퍼 성공모델 될터"

요리의 기본은 재료다. 집 앞 슈퍼에서 새벽시장을 본 신선한 채소와 고기를 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주민들의 싱싱 냉장고를 자처하는 '싱싱한 나라'를 찾았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 있는 싱싱한 나라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동네슈퍼'다. 그러나 싱싱한 나라가 그리는 그림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난 우리나라 동네슈퍼의 미래다.

지난 6월 문을 연 '싱싱한 나라'는 50평 규모다. 대부분 슈퍼가 유통기한 제한을 덜 받는 공산품 위주로 제품을 구성한 것과 달리 70%가량을 농축수산물로 채웠다.

싱싱한 나라 입구에 들어서니 대형마트처럼 시원하다. 입구 오른쪽으로 보이는 신선식품 진열장에는 두 개씩, 여섯 개씩 소포장 된 과일과 채소, 생선 등이 있다. 진열장 한쪽 '로컬 푸드' 코너도 눈에 띈다. 생산지와 생산자 이름이 적힌 박 등이 있다. 할인코너는 매장에 들어온 지 이틀 정도 지난 제품들이 차지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네슈퍼 '싱싱한 나라' 유수열 대표. /김해수 기자

매장 2층 사무실에서 유수열 싱싱한 나라 대표를 만났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새벽시장을 봤다는 유 대표는 피곤함을 느끼는 것조차 잊은 듯했다. 그는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거리와 신선도가 '무기'라고 했다.

유 대표는 "대형마트를 가려면 차를 타고 움직여야 하고,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는 신선 식품을 취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 틈새를 이용해 소비자를 공략하고자 매일 새벽 어시장과 청과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한다"고 했다.

실제로 매장 안쪽 모퉁이에는 소포장 작업실이 있다. 이곳에서 시장에서 박스 단위로 사온 제품을 소포장한다. 신선함은 유지하면서 가구 수가 적은 소비자 수요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다. 복숭아, 체리, 귤, 자두 등 품목별 중량이 정해져 있다. 작업자는 목록을 보고 무게를 잰 후 포장을 한다.

또 한 가지 싱싱한 나라가 강조하는 매력은 '친근함'이다. 유 대표는 "과거 동네슈퍼는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는데 어느 순간 직원과 소비자 간 인간적인 관계가 사라졌다"며 "가게를 찾는 방문객을 소비자이기 전에 이웃으로 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네슈퍼 살리기를 실천하고 있는 유수열 대표에게 가장 큰 산은 대기업이다. 싱싱한 나라 인근에도 대기업 SSM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자본을 이용해 파격적인 가격 할인과 배달서비스 등을 제공해 동네슈퍼를 위협하고 있다.

대기업 SSM과 편의점이 넘쳐나는 어려운 상황에서 유 대표가 동네슈퍼 살리기에 힘을 쏟는 이유는 뭘까. 그는 동네슈퍼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로 동네에서 소비한 돈이 주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꼽았다.

유 대표는 "대기업 유통점에서 소비를 하면 그 수익은 모두 대기업으로, 서울로만 향한다"며 "그러나 동네슈퍼를 이용하면 그 돈은 지역에서 돈다. 우리가 구입하는 식재료는 지역에서 난 것들이고, 지역 일자리도 창출했다"고 했다.

싱싱한 나라는 신선식품은 그날그날 지역 시장에서 구입하고, 고기는 지역 축산업체에서 생산한 것을 쓴다. 달걀도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만 들이고 있다.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세 명은 모두 인근 주민이다.

유수열 대표는 싱싱한 나라가 동네슈퍼 성공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들로부터 신선한 제품,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게라고 인정을 받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꼭 성공해서 상인들에게 신선한 제품과 친절함이 있다면 동네슈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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