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세워진 소녀상은 지역에 따라 조례를 만들어 공공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경남은 보호받을 어떤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아 대책이 시급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 거리에 세워진 소녀상이 자전거 자물쇠로 채워져 옥죄어진 사례는 그 후유증에 다름없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소녀상 발아래 설치된 꽃꽂이용 항아리가 부수어져 사라진 사정 역시 훼손하면 처벌받는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기 때문임은 구태여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법으로 강제하기 이전에 소녀상이 어떤 것이며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자전거를 매달아 두거나 붙잡고 흔들어대는 등의 행위가 얼마나 몰상식한 짓인지는 능히 헤아릴 수 있는 일이다.

소녀상은 비록 손으로 빚어진 것이기는 하나 본질적으로는 민족정신이 깃든 소중한 문화적 조형물로서 생명력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보아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기관이든 보호할 책무를 가졌다고 강조해서 틀리지 않다. 오동동에 세워진 소녀상의 정식 명칭은 '인권 자주 평화 다짐비'다. 딴 곳의 소녀상이 대부분 앉은 모습인 데 비해 서 있는 자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덜해 보인다. 발목에 자전거 자물쇠를 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손상이 따를 것은 정한 이치다. 실제 흔들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누군가가 계속해서 자전거를 거치했거나 장난삼아 한 일이 결과적으로 인권과 자주 그리고 평화를 바라는 시민 여망을 짓밟게 되는 것이다.

소녀상의 수난을 방지하고 그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법제화를 통해 공공조형물로 지정하는 것이다. 오동동 다짐비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전에도 몇 차례 비슷한 유형의 수모를 당해 조례를 제정해 자치단체 책임 아래 보호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앞으로 소녀상 건립이 늘어날 터인즉 이제 조례 제정은 발등의 불이나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선진지의 예를 면밀히 살펴 그보다는 좀 더 차원이 높은 보호책을 강구치 않으면 안된다. 창원시가 먼저 마차를 굴러 앞으로 나아가면 이웃 자치단체는 저절로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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