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깊고 어둡습니다. 육지와 다르게 잘 안 보입니다."

창원지역 어촌계 한 제보자가 한 말이다. 이 말은 어촌계의 폐쇄적인 특성 때문에 문제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 어촌계 계원 명부를 보면 대부분 1940년대, 1950년대 태생이다. 그나마 젊다는 사람이 60대다. 아직 씨족사회 문화도 남아있다. 다른 어촌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어촌계 운영 전반이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많다. 결산내역서는 공금 사용 날짜가 빠지고, 영수증이 첨부되지 않는 등 허술하다. 어촌계장 등 운영위원들은 급하면 제 호주머니에서 돈을 먼저 꺼내 사용하고 후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횡령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결국 터졌다. 한 어촌계장과 지역수협 조합장이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인근 다른 어촌계 곳곳에서도 횡령 등 잡음이 새어나온다. 답답함을 느낀 계원들은 정부에 호소했다. 해양수산부에, 감사원에, 자치단체에.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수협법'이다. 수협법에는 해당 수협에서 지도·감독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지도·감독해야 할 지역수협과 조합장은 사실상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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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조합장 구명을 위한 탄원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비리 의혹에 시달려 조합장이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작 제대로 일했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기나 했을까.

'좋은 게 좋다'는 말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이 말로 우리는 때때로 현실을 두루뭉술하게 넘기고, 더는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슬쩍 넘어가 버린다. 이렇게 바다는 다시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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