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백과 사전에 의하면 '진주성은 사적 제118호로서 진주의 역사와 문화가 집약되어 있는 진주의 성지다'라고 되어 있다. 우리 국민 모두는 임란 3대첩 중의 하나로 진주성 전투를 기억하고 있다. 이처럼 진주성은 우리 시민들의 긍지이며, 잘 가꾸고 지켜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최근 진주시에서는 진주성 동문과 진주교 사이의 집들을 철거하고 이곳을 '비움의 광장'으로 개발하고, 지하에는 주차공간을 만들겠다고 공사를 시작했다. 물론 도심지에 많은 차를 주차할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시민은 편리할 것이며, 진주성 앞을 광장으로 조성한다면 미관상 지금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

문제는 이 부분이 진주성 바깥의 의미없는 공간, 즉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공사를 해도 괜찮은 그런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근대 사회의 성(城)이란 중심지를 보호하는 내성(內城)이 있고 이것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외성(外城)이 존재하며, 이 외성 바깥에는 방어를 위해 폭이 넓고 깊은 해자(垓子) 시설을 성벽에 붙여서 둘러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지금의 진주성은 엄밀히 말하면 진주내성이며 그 바깥의 외성과 해자는 진주가 도시화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없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진주성만 진주성이고 나머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이 외성과 해자는 어디에 있는 걸까? 다행스럽게도 진주성에 관해서는 조선시대의 기록과 성도(城圖)가 여럿 남아있다. 기록과 성도에 의하면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은 임란 이전 조선 초기 진주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임란 당시와 그 이후에는 이곳에 외성이 있었음이 확인된다.(경상대학교 박물관, 2013, 진주, 진주성)

그러나 오늘날처럼 큰 건물을 지으면서 깊이 파서 기초공사를 하지 않는 한에는 땅속에 옛사람들의 흔적들이 대부분 남아있게 된다. 그 결과 최근에 이루어진 진주교육청 청사를 신축하면서 발굴조사를 한 결과 전 배영초등학교 운동장 아래에서 해자의 일종인 대사지(大寺池) 일부분이 확인되었으며(경상문화재 연구원, 2011, 진주 중안동유적 경상남도 진주교육청 이전부지 내 유적) 또한 하수관 설치 공사 때에 지하에서 진주외성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확인된 것이다(경상문화재연구원, 2012, 진주 하수관정비 사업부지 내 진주성 외성유적 발굴조사 약보고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아마 현재 계획하고 있는 주차장을 지하에 배치하면서 땅을 깊게 판다면 어쩌면 이곳에 남아있을 진주외성이나 해자시설이 모두 파괴될 것이다.

그래서 공사를 시행하기 전에 철저하게 시굴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정말 깊이 있는 검토를 해야 한다. 한번 없어진 유적과 유물은 영원히 없어져 버리리기에 가치의 높고 낮음을 떠나 문화유산은 원형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 어느 나라든 문화행정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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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언젠가 우리의 후손들이 진주 외성과 해자, 그 내부 건축물들을 찾아 복원하고자 할 때 조금이라도 흔적이 있고 없음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웃 일본은 나라에 있는 고대 왕성, 평성궁의 경우 해마다 조금씩 주민들에게 보상하고 민가 아래에 있는 고대의 유적을 찾고, 그 결과에 바탕을 두고 옛 성도를 70여 년 가까이 복원해 나가는 것을 보노라면 우리 진주성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한숨이 절로 난다.

이제 우리 진주시민은 심각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곧 이루어질 시굴조사 결과 땅속에서 진주외성과 해자시설 등이 남아있을 때 이 유적을 그대로 보존할 것인가? 아니면 다 없애고 시가 추구하는 공사를 강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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