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미터 강폭에 달랑 10여 미터 수차 하나 설치해 놓고 '녹조방지'…수차 고정물 때문에 어부들 수시로 피해

장맛비가 간간히 내린 직후인 7월 28일 나가본 낙동강 도동나루터 일대는 온통 흙탕물이었다. 그럼에도 간간히 엷은 녹조띠가 드문드문 올라오는 것이 이곳이 낙동강 최강의 녹조 우심지역임을 증명해준다.

그리고 녹조 우심지역이라는 그 이름에 격을 맞추려는 것인지 한쪽에서는 회전식 수차 10여 대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이 시끄러운 굉음을 울리며 돌아가는 수차는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가 지난 2015년부터 설치해 녹조가 강물 표면에 뭉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다.

'조족지혈'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수백 미터나 되는 강폭에서 한쪽 가장자리에 10여 미터 크기로 수차를 돌려봐야 그것으로 그 일대에 창궐하는 녹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것으로, 수공 또한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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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식 수차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녹조를 막기 위해 수자원공사가 설치한 것이다./오마이뉴스 정수근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함께 현장을 찾았던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의 말이다.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하는 것이다. 아무리 녹조가 있더라도 눈에만 안 띄면 될 것이 아닌가 하는 편의주의적 생각말이다."

'수공의 상상'이 만든 수차, 어부의 그물을 찢어놓다

그러나 수공의 이러한 안일한 생각은 또다른 화를 부르고 결국 타인의 피해로 돌아오고야 만다. 이곳에서 지난 수십년간을 고기를 잡아왔다는 어민 허규목(70)씨는 수공이 쳐둔 회전식 수차를 고정시키는 앵커(닻)에 그물과 어구 등이 걸려 찢어지는 사고를 수시로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버려진 앵커가 한두 개가 아니란 것이다. 자신이 조업을 하는 도동나루터 인근만 하더라도 모두 23개의 앵커가 물속에 잠겨 있다. 도저히 조업에 나설 수 없었던 허규목씨는 결국 수공을 상대로 문제 해결을 촉구했고, 수자원공사는 이날 잠수부를 불러 직접 앵커 수거에 나섰다.

오전 10시경부터 시작된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이날 잠수부들은 3개의 대형 앵커와 쇠사슬 그리고 전선 장치 등을 끄집어냈다. 허규목씨의 주장에 따르면 아직 그 일대에는 자신이 끄집어 낸 5개를 제외하고도 18개의 앵커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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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에 방치됐던 앵커가 올라온다. 18개 앵커가 더 있다 한다./오마이뉴스 정수근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회전식 수차를 고정하는 앵커가 아니고, 4대강 사업 준공후 도래한 어느 장마기에 쓰레기 등이 너무 몰려와 오탁방지막을 쳐주었고 그것들이 유실되면서 수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공의 말대로라면 낙동강엔 정말 수많은 앵커들이 존재할 것 같다. 4대강 공사 기간 쳐둔 오탁방지막, 준공 후 관리하기 위해서 쳐둔 오탁방지막 등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채로 강물속에 그대로 잠겨 있다고 하면 그 수가 도대체 얼마이겠는가?

결국 별로 실효성도 없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방법으로 어민의 어구만 손실을 입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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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작업해 수거한 앵커와 쇠사슬 오탁방지막 등등./오마이뉴스 정수근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자

그러니 회전식 수차 같은 방식으로는 낙동강의 녹조를 절대로 잡을 수가 없다. 또한 여러 가지 생물화학적인 방법으로 녹조를 제거해보려 하지만 그것 역시 조족지혈인 것이다. 그 넓고도 많은 수체 전부를 제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방법은 간단하다. 전 수체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보로 틀어막지 말고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면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문을 열라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직 수문이 활짝 열리지 않고 있다. 6월 초 찔끔 방류 후 그 수위 이상의 물은 흘러보내지만 그것으로 유속이 되살아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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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잠긴 것들을 빼내기 위해 열심히 작업중이다./오마이뉴스 정수근

그러니 하루 속히 수문을 열고, 강을 흐르게 하자. 그것이 강과 어민을 살리는 일이자. 강을 살리는 일이다.

/오마이뉴스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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