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잃지 않는 유쾌한 수다
도코 고지 외 지음
문학자·서평가·번역가 등 14명
8개 세계문학상에 관한 이야기
수상 의미 되물어보는 '진지함'

세계 문학상 8개를 물고, 뜯고, 찬찬히 살펴보는 유쾌한 뒷담화.

책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는 '문학상 안내서'다.

'무슨 무슨 상' 수상작이 불티나게 팔리면서도, 정작 상의 가치와 권위는 뒷전인 현실에 슬며시 끼어든 장난꾸러기쯤 된다.

오해는 말자. 수상작 열풍을 비판하는 내용은 일절 없다. 오히려 이를 독려하는 '맨부커상' 취지에 손뼉을 친다.

가령 맨부커상은 1차 선정 작품을 먼저 '롱리스트'로 공개한다. 최종 선정 작품은 나중에 '쇼트리스트'로 다시 발표한다.

수상작이 정해지는 때는 매년 10월. 3개월 전부터 롱리스트를 보고 예상을 하며 판매를 촉진하다 1개월 전 쇼트리스트가 뜨면 다시 인기가 반등한다.

〈문학상 수상…〉을 쓴 도코 고지는 이 책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관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아왔는가를 훌륭한 문장으로 그려낸 걸작"이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한 서점에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채식주의자〉가 판매되는 모습. /연합뉴스

수상작을 놓고 긴 호흡의 잔치가 벌어지는 셈이다.

영문학자 다케다 마사키는 "맨부커상의 후보가 되었다, 수상했다는 것만으로 잘 팔린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라며 반긴다.

책은 수상작 열풍에 쉽게 휩쓸리지 않으면서, 좋은 책을 선택하도록 돕는 지침서에 가깝다.

문학자·서평가·번역가 등 14명이 3명씩 조를 나눠 8개 세계 문학상을 놓고 수다를 떤다.

상 자체의 의미를 묻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장난 가득한 개인적 단상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가령 공쿠르상 수상작인 미셸 우엘벡 <지도와 영토>를 소개하는 부분.

소설가 후지노 가오리는 소설 등장인물을 향한 질투를 바로 드러낸다. 그 모습이 꽤 인간적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뭔가 좀 느낌이 안 오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도 하나하나 대성공을 거두니 화가 날 수밖에요(웃음). 소설은 정말 재미있는데 이놈은 싫습니다."

"그렇지요. 다만 한 가지, 문고판 띠지에 '우엘벡, 참살!?'이라고 크게 쓰여 있어서 '아아, 우엘벡이 참살당하는구나'하고 기대하며 읽었는데 좀처럼 죽지 않는 거예요. 빨리 죽었으면 좋을 텐데, 하며 읽었습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모양새는 아니다. 수상작을 훑는 날카로운 시선은 사뭇 묵직하다.

책에 등장하는 문학상은 '노벨문학상' '맨부커상' '공쿠르상' '퓰리처상' '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 '카프카상' '예루살렘상'이다.

일본인 14명이 나눈 대화이기에 일본 문학상은 두 개(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 등장한다.

나오키상·아쿠타가와상을 주제로 나눈 대화는 다른 상에 비해 더욱 상세하다.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 관심 있게 읽을 수 있겠다.

다만, 다양한 작품이 등장하는 탓에 웬만큼 독서량이 많은 독자가 아니라면 쉽게 흡수하기 어렵다는 단점은 있다.

수상작 하나하나 해부하면서 분위기가 비슷한 다른 작품도 함께 연결 짓는데, 일본 소설가 작품이 곧잘 등장하기도 한다.

다행히 옮긴이가 친절한 각주를 더해 부담을 줄였다. 문학상과 관련해 본문에 언급된 작품이 국내에 번역서가 출간된 경우, 각주에서 서지사항을 소개한다.

14명의 전문가 수다를 따라 책을 읽다 보면, 등장하는 수상작 한 편쯤은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대담 형식으로 책을 엮어 쉽게 읽히는 덕분인 듯하다.

이 책 한 권과 함께 세계 문학상 수상작 한 권을 챙겨 휴가지에서 읽는 상상을 하니 꽤 즐겁다.

311쪽, 현암사,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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